참척(慘慽)은 참혹한 슬픔이라는 뜻으로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뜻이다. 신이 있다면 이 같은 고통으로 만신창이를 만들 수 있을까. 총리의 사퇴 기자회견을 두고 국회는 여야 간 정쟁으로 퍼져 가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의 민심에 대한 대처 방법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왜일까.
진도에서 며칠간 자원봉사를 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 책임자와 대화를 요청했지만 몇 일이 지나도 책임자는 진도군청에서 회의만 하고 있었다. 진도체육관은 무관심 속에 이미 난민촌으로 변해 있었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구경터가 되고 있었다. 일부 실종자 가족은 청와대로 가겠다며 10㎞거리를 걸어 차도를 점거하기도 했다.
무엇이 피해자 가족을 성나게 만들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실내체육관을 방문할 당시 분위기가 반전됐지만 그 다음날부터 실무 책임자는 보이지 않았다. 총리 사퇴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민심의 이유는 자식 잃은 고통을 나눌 정부 고위 관료가 없다는 점이다. 가족의 슬픔에 눈물이 흐르지 않는가.
가족을, 친구를 잃은 사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어머니는 "시신 건져낼 때마다 게시판에는 인상착의를…. 아디다스·나이키·폴로…, 다들 상표로 하더라. 우리 애는 내가 돈이 없어 그런 걸 못 사줬다"고 울먹였다. 오빠를 보내며 여동생은 오빠 휴대폰으로 마지막 인사를 보냈다. '더는 힘들지 말라고. 다음에는 안전한 곳으로 여행 가자고.' 단원고 정문 오른쪽 담벼락 위에는 여학생이 쓴 짧은 편지가 있다고 한다. '사랑한다고 고백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왜 안 오는 거야! 어서 돌아와…'생일을 맞이한 선생님에게 애정이 담긴 메시지를 보냈지만 선생님은 끝내 메시지를 읽지 못했다. "선생님을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어요. 선생님을 담임선생님으로 만난 건 운명 같아요!"
이 모든 아름다운 사랑을 깊은 바다로 빠뜨린 것은 눈물 한방울 없는 무정한 책임자다. 이들의 슬픔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이 국민이자 국가의 주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