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코트라 본사. 홍석우 코트라 사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코트라의 핵심사업과 과제, 그리고 미래 비전을 야심차게 발표했다. 취임 후 3개월 동안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만든 코트라의 미래 비전을 기자들에게 선보였다. 내년이면 코트라가 창립 50주년을 맞는 만큼 그 의미도 남달랐다.
하지만 불과 2주가 흐른 27일 갑자기 홍석우 사장이 지식경제부 장관에 내정됐다. 그야말로 깜짝이고 전격이다. 주변에서는 홍석우 사장이 자격과 자질은 갖췄지만 코트라 수장에 취임한지 넉 달밖에 되지 않아 지경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코트라 직원들 역시 갑작스런 사장의 단명으로 혼란스러워할 수밖에 없다.
9ㆍ15 정전사태를 책임지고 한 달 전에 사실상 떠밀려 사임을 발표한 최중경 지경부 장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1월 말에 취임한 최 장관 역시 사임 발표 후 사실상 '식물'상태일 수밖에 없어 실제 업무를 추진한 것은 8개월가량에 불과하다.
국내 실물 경제를 이끌고 있는 지경부와 수출의 최선봉에서 전세계에 100개가 넘는 지사를 거느린 코트라의 수장이 마치 한순간에 와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같은 존재로 전락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정전사태 책임을 물어 장관을 해임시키는 것은 '정치적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었다. 마치를 이를 인정하기라도 하듯 청와대는 10ㆍ26 서울시장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차기 지경부 장관을 내정, 발표했다.
어찌 보면 청와대 입장에서는 취임한지 불과 4개월밖에 안 된 공기업의 수장을 바꿔가면서까지 장관직에 올린 것은 그만큼 인력풀이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밖에 없다. 정권 말기의 전형적인 현상이기는 하나 상식은 아니다.
박원순 당선자에 절대적인 힘이 돼 준 안철수 교수 역시 당선 직후 "박원순의 당선은 상식의 승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선거가 끝나고서도 '상식'의 중요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