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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3시, 부산 53사단 사령부 영내 강당. 군악대의 팡파르가 울리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 8명이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훔쳤다. 개인 사정으로 미뤄둔 상근 예비역 신혼부부들의 결혼식(사진)을 53사단이 치러줬기 때문이다.
화사하게 단장한 여덟 쌍의 신랑 신부가 헌병 모터사이클의 안내를 받으며 음악에 맞춰 입장할 때는 부모와 친지, 부대 장병 등 하객 250여명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동안 부대별로 간부들을 위한 합동결혼식은 간간이 치러졌으나 병사만을 위한 합동결혼식은 이례적이다.
웃음치료 강사로 활동 중인 방송인 노민씨의 사회와 사단장 이형석 소장의 주례로 진행된 예식은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에 이어 군악대 장병이 함께 부르는 축가로 이어졌다.
하루 전에 전역해 이날 결혼식을 올린 박용주 병장은 "건강하고 무사히 전역도 하고 전역 날에 맞춰 평생 잊지 못할 결혼식을 올리게 돼 기쁘다"며 "아내에게 빚진 마음이었는데 아내도 결혼식 소식을 듣고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2세 아들을 키우고 있다는 양영균 병장은 "부대에서 이런 기회를 마련해줘 배우자와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성종국 일병은 "입대 전 공장 실습을 나가 아내와 만나 딸 둘을 키우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결혼식을 미뤘으나 둘째 출산과 더불어 입대로 다시 전역 후로 연기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생겨 행운"이라고 말했다.
결혼식을 마친 신혼부부 여덟 쌍은 부대에서 미리 준비한 해운대 그린나래호텔에 짐을 풀고 1박2일간의 달콤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합동결혼식을 제안한 정경식 53사단 주임원사는 "가정의 달을 맞아 미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병사들이 합동결혼식을 계기로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군 복무에도 더욱 충실하기 바란다"며 "후원해준 부산은행과 리사웨딩, 혼인문화 맥, 삼양화학에도 감사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