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1·3 기업퇴출' 두달

'11·3 기업퇴출' 두달 쌍용양회·현대건설등 일단 정상화 전기마련 현대건설과 쌍용양회 등 지난 '11ㆍ3 기업퇴출'당시 처리가 미뤄졌던 이른바 '대마'들이 정부의 확실한 '살리기 정책'으로 잇따라 회생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관치금융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정부가 이처럼 강도높은 처방을 들고나온 것은 시장의 불안감이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도 된다. 정부는 채권단의 미온적인 후속대응으로 시장의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자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인수'등 사실상 재정으로 기업을 지원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동원했다. 결국 '시장에 의한 구조조정'이라는 기본 취지는 퇴색한 반면 거대 기업 퇴출의 공포로부터는 일단 벗어나게 됐다. 11ㆍ3 퇴출 후 두달이 지난 현재 회생가능 판정을 받은 기업은 살아나고 있지만 대신 기업주와 채권단의 부담은 더 커졌다. 이를 통해 자금시장과 경기가 살아난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회복속도가 더딜 경우 앞으로 더 큰 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모험'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쌍용양회 회생 쌍용양회는 미국 뉴브리지에 정보통신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정상화를 위한 전기를 일단 마련했다. 하지만 쌍용양회가 정보통신 주식매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은 당초 채권단이 목표로 했던 최소 7,000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채권단으로 돌아오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을 비롯, 산업은행ㆍ서울보증보험ㆍ예금보험공사(한아름종금) 등이 1조1,00억원을, 쌍용양회 공동 경영자인 일본의 태평양시멘트도 3,000억원을 각각 더 내놓아야 한다. 위성복 조흥은행장도 쌍용양회에 대한 특혜시비를 의식, "더 이상 시장의 불신을 사면 안되기 때문에 다소 부담이 되더라도 마지막으로 충분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도 '숨통' 쌍용양회에 앞서 현대건설 채권단도 지난달 말 전체회의를 열고 현대건설의 차입금 만기를 올 6월 말까지 연기해주고 필요할 경우 개별적으로 신규지원에 나서기로 하는 등 회생의 전기를 마련해줬다. 현대건설의 자구노력이 합격점을 받았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당장 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성격이 훨씬 강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현대건설 및 현대전자 등의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중 최대 80%를 인수하기로 확정하고 우선 현대전자 회사채 3,000억원어치를 조만간 사들이기로 했다. 현대건설도 국내 5~6개 시중은행의 공동보증을 받아 산업은행을 통해 해외공사 수주용 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구노력 이행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는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 모두 일단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본격 전환한 셈이다. ◇다른 회생가능 기업들 처리는 쌍용과 현대 등 대마들과는 달리 11ㆍ3 퇴출작업 과정에서 회생가능으로 분류된 상당수 기업들은 채권단에 의해 등급이 매겨진 지 두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마불사'가 살아나면서 덩치가 작은 기업들은 오히려 당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퇴출작업에서 제외된 외국계 금융기관이나 해외 수출ㆍ입선으로부터 상당규모의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 주채권은행과 지난 연말까지 추가 자구이행을 위한 재무약정을 체결하기로 한 기업들 중 일부도 아직까지 채권단과 씨름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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