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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부터 금융계 유력인사들이 서경 금융전략포럼이 열리는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500여명 규모의 포럼장이 가득 찰 정도로 제6회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대한 금융인들의 관심과 열기는 뜨거웠다. 특히 이번 포럼은 잠시 얼굴을 비추고 사라지는 여느 행사와 달리 마지막 강연이 끝날 때까지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장은 "서경 금융전략포럼에 해마다 참석하고 있다"며 "언제나 시의적절한 주제로 알찬 강연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해의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바빠서 얼굴을 보지 못하던 업계 관계자들을 한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도 금융전략포럼을 찾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본격적인 포럼에 앞서 VIP룸에서는 우리나라 금융을 이끄는 기관의 수장들이 모여 업계와 근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영구 씨티은행장이 가장 먼저 VIP룸에 들어왔고 이어서 포럼의 기조연설을 맡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주제강연을 맡은 김용아 맥킨지 시니어파트너를 비롯해 진웅섭 한국정책금융공사장,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이 입장했다. 업계 대표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모습에 권 행장은 "이렇게 모이니 위원장님이 회의를 주재하셔도 될 것 같다"고 말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최근 3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에 성공, 15일과 16일 이틀간 중국 홍콩에서 서명식을 마치고 돌아온 권 행장에게는 축하의 말들이 오갔다. 권 행장은 "40시간 동안 잠도 못 자고 일을 처리할 만큼 현지에서 씨티은행 직원들이 고생 많았다"며 "이번 GDR 발행의 주간사 역할을 한 씨티은행의 하 행장에게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포럼장으로 자리를 옮겨 김용아 맥킨지 시니어파트너의 주제발표와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기조연설이 진행됐다. 신 위원장은 발표에 앞서 "꼬박 일주일간 이번 발표를 준비했다"며 18쪽가량의 발표 원고를 들어보였다.
이날 포럼에서는 두 금융 전문가의 수준 높은 제언 외에 수업을 듣는 학생처럼 진지하게 필기를 하는 최고경영자(CEO)들의 모습도 하나의 볼거리였다.
임영록 KB금융지주회장은 손바닥만한 수첩에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필기를 하며 강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권선주 행장 역시 강연이 끝날 때까지 한시도 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권 행장은 "금융위원장이 직접 나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셔서 필기를 좀 했다"며 신 위원장이 발표한 통일금융에 대한 전략과 기술평가 시스템을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 꼽았다. 권 행장은 "올해 어떻게 은행을 이끌어 나가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며 강연장을 떠났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빅데이터 활용에 대한 김 시니어파트너의 강연이 인상적이었다며 "빅데이터 활용과 고객정보는 상충 가능성이 높은데 이 둘을 잘 활용해서 경영 일선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양석승 한국대부협회장은 "행복기금을 잠깐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서민금융에 대한 내용이 적었던 점이 다소 아쉬웠다"며 "다음에는 생활과 밀접한 서민 금융에 대해서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에도 김 시니어파트너와 신 위원장의 발표 자료를 구할 수 있느냐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화가 이어져 서경 금융전략포럼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