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라는 방송 콘셉트는 ‘리메이크’라는 하나의 장르로, 대중가요계에서 만들어졌다. 작년 대중가요 ‘화제 공급소’ 역을 담당했던 ‘나는 가수다’도 사실 리메이크 프로그램이다. ‘다시 부르기’ 프로그램인 것이다.
드라마에서도 ‘다시’라는 콘셉트가 올 들어 확고해진다. ‘야왕’ ‘돈의 화신’ ‘7급 공무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구암 허준’ ‘장옥정, 사랑에 살다’ ‘돌아와요 미스김’ ‘여왕의 교실’. 이 9편의 드라마가 모두 리메이크 작품이다. 장희빈 이야기를 다룬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벌써 드라마로는 9번째 제작된다.
방송사가 리메이크 드라마를 선택하는 이유는 안정성에 있다. 지상파, 케이블, 그리고 종합편성채널까지 가세한 드라마 콘텐츠 경쟁에서 각 방송사들은 시청률이 검증된 과거의 인기 만화나 소설, 영화, 드라마로 시청률을 보장 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재탕 삼탕 드라마가 식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좀 더 새로운 이야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드라마 대본도 소설처럼 고전이 되어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영화로도 BBC 드라마로도 수 차례 다시 만들어 지고 있다. 또 고전 혹은 원작을 이용한다 해도 그때 그때 시대상이 반영되기 때문에 늘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다”라며 “창조적인 리메이크에 대해선 과소평가를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치열해진 방송 콘텐츠 경쟁과 방송사들의 안정 추구 성향이 맞물린 가운데 ‘야왕’ ‘돈의 화신’ ‘7급 공무원’ 은 10%가 넘는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