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명품 의류·오토바이 통해 들여다 본 인간의 욕망

오상택·에론 영 개인전


물질 문명의 급속한 진화 속에 인간의 욕망이 멈출 줄 모르고 질주하고 있다.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물질성을 비꼬는 전시 2편이 눈길을 끌고 있다.

순백의 하얀 드레스가 어두운 무대를 배경으로 선녀의 옷처럼 하늘거린다. 살아 움직이는것처럼 바람에 날리는 드레스에서 눈을 떼니 옷걸이가 보이고 어두운 무대는 까만 옷장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의 옷장을 몰래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 작품은 사진작가이자 서울예술대 사진학과 교수 오상택(43)의 신작이다. 작가는 가상의 옷장 속에 걸린 옷을 소재로 현대인의 잠재된 욕망과 자아의 모습을 표현한 신작 34점을 모아 12월 20일까지 신사동 예화랑에서 개인전 'CLOSETS(옷장들)'을 연다. 지난 2005년부터 옷장 작업을 시작한 그는 남성용 양복저고리에서 시작해 여성 의류로 시야를 넓혔다. 하지만 그냥 단순한 옷이 아니다. 한 점에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의류들을 선별해 카메라에 담았다.


소수 부유층만이 걸칠 수 있는 명품 옷은 벗은 몸을 가리는 본연의 기능에서 벗어나 사회적 지위나 권력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 사진 인화지가 아닌 캔버스에 사진을 인화해 그림처럼 은은한 느낌을 주는 한편 옷의 크기도 실제보다 크게 표현해 사진의 특징인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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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조선회화 양식 중 하나인 책가도(冊架圖)는 책을 단순히 진열하기보다는 그림이라는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지식과 생활수준을 은근히 과시하려는 선비들의 속마음을 담고 있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자신의 권력이나 부를 고급스럽게 포장하고자 하는 현대인의 욕망을 담았다"고 밝혔다.

종로구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2월 15일까지 개인전을 갖는 미국 작가 에론 영(41)은 미국 남성이 열광하는 고급 스포츠카나 오토바이 등을 소재로 노골적으로 남자다움을 강조하는 미국 사회의 대중문화를 비꼰다.

작가는 함석판 위에 색을 입히고 그 위로 오토바이가 지나게 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어낸다. 화면 위에 그려진 곡선은 모두 오토바이가 지나가면서 남긴 바퀴 자국이다. 오토바이의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서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아 뒷바퀴가 헛도는 일명 '번 아웃(Burn-out)' 현상을 이용해 함석판 위에 궤적을 남긴다. 그렇게 만들어진 곡선들은 일정한 굵기로 얽히고 설켜 리듬감 있는 화면을 구성한다. 타이어가 함석판과 마찰을 일으킬 때 미리 칠해둔 물감이 벗겨지거나 열을 받아 색상이 변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도금한 금속 바리케이드를 찌그러뜨린 조각 작품 역시 작가가 지속적으로 드러내는 반항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포일러(spoiler·차량이 고속 주행 시 전복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날개 형상의 부품)를 형상화한 입체 작품과 비디오 작업도 현대 문명 속 인간의 욕망에 대한 작가의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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