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최후의 승부수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재협상 방침을 밝힌 가운데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에 협정 발효 후 곧장 재협상을 요구해 이뤄진 사례는 없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과 박희태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에 배석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야당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용한다면 행정부 수반의 결정인 만큼 미측에 재협상을 최대한 성실히 요구할 것"이라며 "FTA 발효 후 ISD 재협상을 요구할 채널은 '한미 서비스ㆍ투자 위원회' 등에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한미 서비스ㆍ투자위원회는 한쪽이 제기하는 어떠한 이슈도 논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미측과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밝혀 전면적인 재협상을 미측이 수용할지는 지켜볼 대목이다. 특히 ISD 재협상의 분수령은 우리 측이 제기할 요구의 폭과 범위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김 본부장이 지난 6일 서울경제신문 인터뷰에서 밝혔듯 단심제인 현행 ISD를 재심제로 변경하는 등의 투명성 제고방안은 재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ISD조항 폐기를 직설적으로 요구하면 미국 측이 협상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우려하는 것도 이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달 미 행정부에 우회적으로 ISD 조항의 삭제 가능성 등을 타진했지만 '노(No)'라는 답변이 돌아온 바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ISD는 양국이 FTA 협상 초안부터 포함시킬 만큼 보편적인 제도여서 미국이 폐지 요구를 순순히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민주당 등 야권도 미국과의 재협상에 대한 불투명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이 대통령이 "재협상에 응하도록 미국을 설득하겠다"고 강하게 약속했지만 반신반의하고 있는 것이다. 한 통상전문가는 "발효 후 우리 측의 ISD 폐기 요구에 미국이 농산물 추가개방 등을 요구하면 재협상이 형식적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