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대기업 계열사? 스타트업처럼 일해요

■ SK컴즈 사내벤처 미근동 공작소<br>공개 공모전서 선발된 3개팀<br>개성만점 애플리케이션 개발<br>창업한 기분으로 자발적 야근<br>프로젝트 공유로 동료와 소통

SK컴즈의 미근동 공작소를 이끌고 있는 김준(왼쪽), 배재윤(" 두번째), 이진(오른쪽)캠프장이 우진형 소장의 등신대를 사이에 두고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제공=SK컴즈

#. 나무 현판이 걸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실제 크기와 흡사하게 제작된 우진형 소장의 등신대가 반겼다. 천장에 달린 가짜 CCTV엔 우 소장의 얼굴 사진과 '지켜보고 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고, 창문엔 '인간이 되고 말거야'라고 외치며 쑥과 마늘을 먹고 있는 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장난스럽고 소박한 이곳이 SK커뮤니케이션즈가 처음으로 선보인 사내벤처 '미근동 공작소'다. 회사가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대기업 계열사지만 스타트업처럼 일하고 있습니다."


SK컴즈의 사내벤처 '미근동 공작소'에 입소한 이진 캠프장은 "많은 사용자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서비스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팬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문을 연 미근동 공작소에는 SK컴즈가 지난 4개월 간 진행했던 사내 공모전에서 최종 선택을 받은 3개의 캠프(팀)가 입소해있다. 한 캠프 당 3~4명의 인원으로 꾸려져 있다. 최고경영자(CEO) 직속부서로 소장은 우진형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맡았다.

이진 캠프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할당된 일에만 충실했었는데 공작소에 들어온 후에는 창업하는 기분으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캠프장이 개발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는 10대들을 위한 커뮤니티다. 그는 "수많은 중고등학생들을 일일이 만나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어 팀원들 모두 자발적으로 야근까지 하고 있다"며 웃었다.


미근동 공작소에 입소하기까지 3개의 캠프는 총 세 차례의 심사를 거쳤다. 1차는 아이디어 영상 시연과 4분 발표로 300명의 임직원들에게 60% 이상을 찬성을 받아야 통과됐다. 사업계획서를 발표한 2차에서는 70% 이상의 찬성, 3차는 임원 절반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다. '잘잤니'란 컨셉의 앱 서비스를 개발 중인 김준 캠프장은 마지막 임원 발표에서 전원 찬성을 받아 회사 내에서 'PT의 타짜'로 불린다. 김 캠프장은 "임원들 앞에서 4주 안에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한 상태라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사내 게시판을 통해 공유된 프로젝트 진행과정을 본 회사 직원들이 응원을 아끼지 않아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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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회사의 사내벤처와는 다른 미근동 공작소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공유와 공개다. 사내 공모전에서 팀을 선발할 때부터 프로젝트의 상황이 전 직원에 공유됐다. 경연 프로그램에서 오디션 참가자의 무대와 숙소 생활상을 함께 보여주는 것처럼, 프로젝트의 발표와 4달 간의 진행상황이 전부 실시간으로 공개됐다. 김준 캠프장은 "비밀리에 프로젝트를 진행해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직원과 상황을 공유하며 조언을 얻고 있다"며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해주거나 기술을 전수해주는 직원들은 물론 가끔씩 간식을 사주러 들르는 직원들도 있다"고 웃었다.

또 다른 팀을 이끌고 있는 배재윤 캠프장은 눈물의 최후변론으로 임원들의 반대를 뒤집어 미근동 공작소 입소에 성공했다. 배 캠프장은 "마지막 단계에서 탈락위기에 처하자 팀원들이 눈물을 머금고 호소를 했다"며 "절실함이 통해 두 명의 임원이 찬성으로 입장을 바꿔 통과하게 됐다"고 소회했다. 개발자 출신인 배재윤 캠프장은 현재 '싸블라블'이라는 이름의 앱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배 캠프장은 "회사가 기존에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방식과 다르게 진행하는 만큼 좀 더 이용자 친화적이고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출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팀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어 조금 더 좋은 결과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했다.

미근동 공작소를 통해 출시된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통해 초기 시장 진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면 개발한 팀은 정규조직으로 편성돼 미근동 공작소를 졸업하게 된다. 이들의 빈 자리는 사내 공모전을 통해 또 다른 팀으로 채워진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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