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지난 20일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함에 따라 의회의 논란과 상관없이 연말부터 회계법인들은 새로운 규제를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엔론사태와 같은 회계부정의 재발을 막기 위해 SEC가 마련한 규제안의 요지는 공공책임위원회(PAB)라는 독립기구를 설립, 회계법인을 감시하는 것이다.
PAB는 새로운 회계기준을 설립하고, 감시방법을 정하고, 또 불법적인 행동에 대한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만일 의회가 회계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SEC는 이 같은 자체 규제안을 철회할 것이다. 그러나 의회가 이를 유야무야 미룬다면 SEC는 이를 강행할 자세다.
PAB는 과거에 제안됐던 공공감시위원회(POB) 보다 한층 발전된 것이다. 이 위원회는 비 회계법인 출신이 다수를 장악하면서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회계법인 출신을 배제한다.
또 PAB는 금전적으로도 회계법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다.
그러나 아직 PAB의 독립성과 관련 우려할 만한 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SEC 자신이 9명의 PAB 위원 중 단 한명도 임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3명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차출되고 6명은 기업 관계자들로 구성된다. 비록 다수가 비 회계법인 관계자이지만 3명의 회계법인 관계자가 있다는 점 역시 찜찜하다.
두번째 문제는 회계법인에 대한 감사방법이다. 10개의 대형 회계법인에 대해 매년 감사토록한 것은 기존 3년에 한번씩 하기로 했던 것보다 분명 나아진 것이다.
그러나 감사의 대부분이 또다른 회계법인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은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비록 PAB의 위원이 감시를 한다 하더라도, 업계 관계자들끼리 서로 봐주기식, 누이좋고 매부좋고식 감사를 진행시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소수의 PAB 위원이 다수의 회계법인을 감시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한 것이다.
우리는 상원은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이 더 발전된 것이며, 이것이 의회를 통과해야 올바른 회계질서가 잡힐 것으로 믿는다.
이 법안은 SEC가 제안한 것 이외에 기업들이 5년에 한번씩 회계법인을 바꾸도록 하고 있다. 또 그동안 회계법인과 기업간 유착고리로 활용되던 컨설팅 업무를 담당회계법인이 함께 수행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차선책은 SEC가 제안한 PAB이다. 비록 우려할 만한 점들이 있으나, 위원회에 소속될 9명의 위원이 제대로 임명된다면 PAB는 회계법인의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데 정말 유용한 기구가 될 것이다.
PAB의 성공여부는 바로 얼마나 강력하게 위원들이 활동하며, 또 SEC가 얼마나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느냐에 달린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6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