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도의 밤/최훈 한진교통물류연구원장(로터리)

파리의 풍물을 이야기할 때 우리들에게는 늘 연상되는 몇개의 어휘가 있다.창공에 드높이 솟아 오른 에펠탑, 샹젤리제의 거리에서 프랑스의 영욕을 함께 지켜본 개선문, 드넓은 광장의 콩코드, 그리고 정인의 사랑을 담은 센강 등. 이러한 이름들에 곁들여 이방인에게 널리 회자되는 또 하나의 명소는 파리의 밤분위기를 대변하는 피갈의 물랭루주와 샹젤리제의 리도극장이다. 얼마전 파리를 찾아 며칠 묵을 기회가 있어 마침 내자와 함께 이곳 리도극장을 찾게 되었다. 우리들 옆자리에는 외모가 훌륭하게 보이는 프랑스 내외가 자리하고 있으며 홀안 여러곳에서는 선남선녀가 제각기 공연에 대한 미지의 기대감을 갖고 차분히 우리와 마찬가지로 저녁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극장안의 분위기가 새로이 입장하는 관람객들의 떠드는 소리와 함께 깨어지기 시작했다. 맨 앞자리로 향하던 한 무리의 입장객은 한결같이 점퍼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약간은 소란끼가 있는 대화를 나누면서 주변의 분위기를 깨뜨리고 있었다. 이윽고 쇼의 개막에 앞서 입장객의 여흥을 돋우기 위한 음악이 악단에 의해 조용히 퍼져나오자 우리들 옆자리의 노부부도 스스럼없이 무대로 나아가 가벼운 리듬을 타고 있었다. 점차 빠르고 경쾌한 리듬으로 분위기가 바뀌자 드디어 앞줄에 자리잡고 있던 일단의 점퍼무리가 너나없이 무대로 뛰쳐나와 아래 위 옆으로 온몸을 흔들어대면서 좁은 무대공간을 휘저어 놓고 있었다. 우리들 주변에서 낯익은 추태임에 틀림없었다. 제발 저들이 우리들 「어글리 코리안」이 아니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어느날 파리지앵이 동양의 이방인 가운데 행여나 한국인의 출입을 금하는 팻말을 내걸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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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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