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삼성전자 챗온 "이러지도 저러지도…"

카카오톡 등 아성 넘어야 하는데 이통사 견제에 국내 출시 연기


삼성전자가 무료 모바일 메신저 '챗온(Chat On)'의 국내 출시를 놓고 속앓이를 거듭하고 있다. 문자메시지 매출 감소를 우려하는 국내 이동통신사의 견제와 카카오톡 등 경쟁 서비스의 아성을 뛰어넘어야 하는 '이중고'에 빠졌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독자 운영체제(OS)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3'를 국내에 출시했지만 이 제품에는 해외용과 달리 모바일 메신저인 챗온서비스가 빠졌다. 삼성전자는 당초 1월 말에 웨이브3를 선보일 계획이었으나 이후 출시를 잠정 연기했다가 결국 챗온을 제외하고 출시하기로 방침을 수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시장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챗온을 좀 더 보강한 뒤 선보일 예정"이라며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완성도를 더욱 높이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챗온의 국내 출시를 늦추는 배경에는 사실상 이동통신사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챗온 서비스가 삼성전자의 국내 휴대폰에 본격적으로 탑재되면 이통사의 문자메시지(SMS)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6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향후 챗온에 무료통화 기능까지 탑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급력은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국내 이통사는 지난 2010년까지만 해도 문자메시지로만 연간 1조5,2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스마트폰 열풍과 함께 무료 모바일 메신저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면서 급격한 하락세다. 이통사들은 문자메시지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 분기마다 10~20%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실상 기업용 문자메시지 서비스에서만 간신히 수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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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모바일 메신저의 선전도 삼성전자에게는 부담이다. 현재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이 2,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고 마이피플(1,500만명), 틱톡(1,000만명) 등이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후발주자로 도전장을 던지는 입장인 만큼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는 필수이다. 자칫 국내시장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다면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챗온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전 세계 120여개국 62개 언어를 지원하며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물론 일반PCㆍ스마트TV 등에서도 채팅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구글), 바다(삼성전자) iOS(애플), 블랙베리OS(림) 등 대부분의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지원하고 삼성전자의 일반휴대폰(피처폰)에서도 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양한 부가기능도 갖췄다. 별도 저장공간인 '트렁크'를 이용하면 채팅 중 공유한 콘텐츠가 자동으로 저장되고 트위터ㆍ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바로 내보낼 수 있는 등 채팅방 자체를 독립공간처럼 이용할 수도 있다. 이밖에 채팅 상대의 대화빈도를 말풍선 개수로 표시해주는 기능과 각종 애니메이션 메시지 기능 등을 지원해 기존 모바일 메신저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는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초기 시장 진입이 빠를수록 향후 주도권 경쟁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며 "이 때문에 챗온 서비스의 국내 출시가 늦어질 경우 한층 불리한 위치에서 경쟁 서비스를 상대해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부담감 역시 덩달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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