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외국인 증시 영향력 10년새 2배로

삼성전자·현대차·포스코 등 40~50%대 주식 보유


'외국인 놀이터' '외국인 현금인출기(ATM)'….

지난 2011년 8월 유럽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그만큼 국내 자본시장이 외국인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가의 매매비중은 2001년 10.48%에서 지난해 18.34%로 80% 이상 늘었다. 증시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외국인 보유종목의 면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증시의 대표 종목이라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50.37%에 이른다. 포스코도 48.6%나 되고 현대차(42.26%), 현대모비스(47.19%)도 40% 넘게 소유하고 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무려 61%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국내 대표기업이 사실상 외국인의 손으로 넘어갔고 따라서 이들의 움직임에 시장이 휘둘릴 수밖에 없는 조건이 된 것이다.


문제는 외국인이 우리나라보다는 글로벌 환경, 특히 자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가 외부변수에 취약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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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유럽 위기로 세계 증시가 급변동했던 8월 2일부터 1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하루 변동폭이 최대 7.7%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지수(3.22%)보다는 2.4배에 달하는 것이며 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 다우지수(5.46%)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만(5.96%)보다도 높은 것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중 헤지펀드 등을 포함한 투기자본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도 국내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말 룩셈부르크ㆍ아일랜드ㆍ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지역에 근거를 둔 외국 자본의 규모는 무려 40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싱가포르ㆍ홍콩ㆍ네덜란드ㆍ스위스 등 단기 자본이 활개를 치고 있는 지역까지 포함하면 70조원이 훌쩍 넘는다. 이들이 일시에 국내 시장을 빠져나갈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 당국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이 외국인에게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기관의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재 제시되는 방법은 기관투자가를 직접 키우기보다 장기펀드에 대한 세제 혜택 등 중장기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형 투자은행(IB)이나 토종 헤지펀드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일단 국내 자본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국내 자본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헤지펀드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단순히 주식 비중을 늘리면 시장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투자전략 다변화로 손실 위험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전략 측면에서 분산투자 효과를 위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헤지펀드에 들어갈 필요가 있다"며 "헤지펀드가 연기금의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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