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독자칼럼] 대학가의 겨울풍경

또한 내년 등록금이 300만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술안주가 되고, 올해 선배들 취직률이 이야기 거리다. 4학년들 얼굴엔 취직걱정이 가득하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학생들 뒤로 찬바람이 쌩쌩 분다.며칠 전 친구가 『우리나라 대학은 방학이 너무 긴 것 같다. 500~600만원을 내고 수업은 7~8달 밖에 안하니 말이야』라고 열변을 토했다. 한데, 관심 있게 듣는 애들은 없었다. 눈앞의 학점과 취직이 더 급하니까. 『방학이 있어야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그리고 집안에서도 등록금을 마련할 여유가 있잖아』라는 다른 친구의 말에 아무도 대꾸하지 못했다. 자판기 커피 한잔을 들고 이런 얘기를 하다, 시험범위를 묻다가 술집·도서관 아니면 PC방으로 향한다. 대학근처 PC방이 전국의 피시방 중 과반수를 차지하고, 아침이건 자정이건 학생들로 꽉 차있는 이유는 막막한 현실을 피하고픈 사람들의 마음일거다. 그곳에는 한시간에 천원만 있으면 누구와도 전투를 벌이고,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내 맘대로 싸우는 유니트가 있고, 끈끈한 동맹이 있고, 깨부숴야 할 적들이 있으니까. 한 친구녀석이 『스타크(스타크래프트)에서 지는 이유는 남는 유니트(병사·일꾼)를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야』라고 한 말이 머리 속에 빙빙 돈다.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각박한 삶을 얘기하는 듯해 썩 기분 좋지 않다. 친구들과 PC방을 나오며 약속했다. 기말고사 끝나기 전까지 PC방 안 가기·기말고사 공부는 같이하기·아르바이트 정보는 공유하기·올해 등록금 삭감 투쟁하다가 제적되고 고생하는 총학생회장 동기에게 밥 사주기로. 누가 고생하고 옳은지를 아는 의리 있는 녀석들이다. 오늘 자취방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춥지만은 않다. 이세준(한국외국어대 왕산캠퍼스 전산학부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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