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유가 심상찮다] 산유국 감산협상 합의 가능성 커

【뉴욕=김인영 특파원】 국제 유가가 뛰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산유국의 감산을 주도하고 있는데다 올해 세계 석유수요가 점차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달러 약세, 국제금리 하락과 함께 이른바 「신3저」의 한축이었던 저유가가 무너지는 것은 회복기에 접어든 한국 경제에 먹구름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지만 러시아·인도네시아·멕시코·에쿠아도르 등 심각한 금융위기에 처해 있는 나라에겐 경기회복의 호기가 된다는 점에서 산유국과 비산유국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10일 뉴욕 상품거래소(NYME)에서 4월 인도분 원유의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84센트(6.1%) 폭등한 14.69 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유가 폭등에 불을 지른 것은 걸프지역 산유국들이 감산에 합의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산유국 회의에서 국제적인 감산을 논의한다는 긴급 뉴스였다. 원유 가격은 올들어 미국 경기과열과 아시아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에 힘입어 상승 추세에 있었다. 한달후에 인도되는 원유 선물가격이 지난해 12월 21일 배럴당 10.35 달러로 최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3개월만에 43%나 폭등했다. 지난 2월 16일의 선물 가격인 배럴당 11.37 달러와 비교해도 한달 사이에 29.2%나 급등했다. 향후 유가 추이는 산유국의 감산 규모, 세계 석유수요 상승의 정도에 달려있다. 국제적인 석유 감산 여부는 11일 암스테르담 회의에서 결정된다. 사우드 나세르 알사바 쿠웨이트 석유장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과 일부 비(非)OPEC 산유국 장관들이 이번 회의에서 전반적인 생산감축을 결정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는 또 『암스테르담 회동 하루전인 10일 사우디 샤이바유전에서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오만 등 걸프지역 산유국 석유장관들이 모여 유가 회복을 위해 감산을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걸프 산유국 회의와 암스테르담 회의는 오는 23일로 예정된 빈 회의에 앞서 열린 것으로, 전체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을 유도하기 위한 예비회의 성격을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회의가 현재 사우디가 주도하고, 사우디의 경쟁국인 이란이 동참함으로써 감산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석유전문가 마이클 버스비씨는 『산유국들이 갑작스럽게 만났다는 것 자체가 묵계적 합의가 있음을 의미한다』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석유장관은 감산 규모가 「상당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사우디 고위관리의 말을 인용, 암스테르담 회의에 제시될 감산 규모가 하루 23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말 감산키로 한 260만 배럴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다. 걸프지역 4개국은 구체적인 감산 규모에 합의했고, 그동안 자국 감산 규모에 이견을 보였던 이란 마저도 원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유국들은 지난해 하루 32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했으나, 이란과 베네주엘라가 자국 감산량에 불만을 품고 감산에 동참하지 않음으로써 합의가 무산됐었다. 게다가 경제위기에 처한 러시아와 인도네시아가 증산을 함으로써 국제 원유 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현물시장에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유가 상승을 자극하는 또다른 요인은 수요 증가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석유기구(IEA)는 올해 세계 원유수요가 지난 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큰 폭의 증가는 아니지만, IEA가 올해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던 지난해말의 전망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감산과 맞물려 유가 상승을 촉발할 요인이 되고 있다. 석유 딜러들은 산유국들이 하루 150만 배럴의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예상하에 가격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2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결의할 경우 선물시장의 유가가 배럴당 15달러 이상 상승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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