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네트워크 세상/이계철 한국통신 사장(로터리)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 된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언어, 즉 탁월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류는 부단히 상호간 커뮤니케이션을 발달시키며 문화와 문명을 이룩해냈다. 그동안 이룩해온 커뮤니케이션의 지리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해가는 과정이 통신의 발전, 그 자체였으며 마침내 오늘날 텔레토피아시대를 연출해냈다.바야흐로 네트워크 세상이다. 불과 몇해 전까지만 해도 미래의 환상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속속 실현되고 있다. 걷거나 달리는 차량에서의 통화는 흔한 일이고 노트북컴퓨터를 휴대하여 정보를 주고받으며 수백㎞ 떨어진 곳에서도 얼굴을 마주보며 대화하고 외딴 곳이나 지하·공중·바다 한가운데서도 업무를 보거나 그리운 이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더 이상 지리적·공간적 제약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코 이러한 일들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국가간 영상회의는 물론이고 한 통의 전화를 소통시키기까지는 이 땅에 전기통신이 들어온 이래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다. 수세대에 걸쳐 지상과 지하에 통신선로가 설치되었으며 깊은 산 정상에 통신탑이 세워지고 바닷속에는 해저 케이블이, 하늘에는 통신위성이 띄워졌다. 그리고 이것을 운용하는 숙련된 통신운용자들의 노고가 있었다. 이 모두가 지구촌 곳곳에 촘촘히 짜여진 그물망처럼 수천, 수만의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오늘날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하였다. 그러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위성인지, 해저 광케이블인지, 글로벌 초고속정보통신망인지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 단지 우리 앞에 펼쳐진 네트워크 세상에서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면 족하다. 이렇듯 꿈의 세상이 다가오고 있을지라도 문명의 이기 뒤에 남게 되는 공허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하는 생활공간은 지나치게 개인생활을 조장하고 이웃과의 교류를 차단하여 인간적 소외를 뒤따르게 할 것이다. 그동안은 물리적인 통신인프라 구축에 신경쓰는 것이 시급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네트워크 세상의 구성원들은 올바른 가치관으로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우리 사회를 인간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사회로 이끌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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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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