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11 신년 기획] 내년 대선·총선 앞두고 인기 영합주의 정책 극성 우려

마구잡이 개발포퓰리즘 판쳐<br>업계ㆍ종교계 입김에 청와대와 정부도 흔들<br>국민의 진짜 욕구를 찾아야


포퓰리즘은 좋은걸까, 나쁜걸까. 포퓰리즘(대중 인기 영합주의)은 캠브리지 사전에‘보통사람들의 요구와 바람을 대변하려는 정치 사상, 활동’으로 정의돼 있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이 당연히 추구해야 할 덕목일 터다. 그러나 한국적 포퓰리즘은 다르다.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욕구 충족에만 집중하고 대중은 이에 속아 지지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 결과 정치권은 국민을 위한다면서 국민이 낸 세금을 허투루 낭비하는 결과를 빚곤 했다. 여기에 정부도 부화뇌동해온게 우리의 현실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한국적 포퓰리즘의 유혹이 대한민국을 휩쓸 조짐이다. ◇마구잡이 개발포퓰리즘 판쳐=‘한국적 포퓰리즘’의 대표적인 사례는‘길’이다. 이용하지 않는 지하철ㆍ철도ㆍ공항을 짓겠다고 공약한 뒤 전부 지어 놓느라 돈을 낭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제공항 8개 가운데 대구를 비롯해 청주ㆍ양양ㆍ무안 공항 등 4곳은 철도나 도로 승객과 겹쳐 2010년 한 해 적자만 217억 원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방균형발전 주장에 힘입어 공항을 지은 지역에 도로와 철도를 짓겠다고 공약한 결과다. 현재 양양ㆍ무안 공항은 활주로 이용률이 1%도 안되자 국제선을 없앴다. 불상사는 또다시 발생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놓고 부산(가덕도) 경남(밀양)이 유치 경쟁을 벌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KTX가 김해까지 노선을 연장했고 거제와 가덕도를 잇는 거가대교를 개통한 위에 공항을 짓겠다는 것이어서 개항과 동시에‘유령공항’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반면 브라질의‘교통 천국’으로 불리는 도시 꾸리지바는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국민의 욕구를 충족한 사례다. 꾸리지바는 지하철을 포기한 대신 지하철 지을 돈의 80분의 1만 갖고 버스체계를 만들었다.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을 계산한 꾸리지바의‘땅위의 지하철’은 경비나 효율성 측면에서 뉴욕의 지하철보다 300배나 능률적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시는 남은 예산을 통해 낮은 요금을 유지하고 장애인을 위한 버스 이용 시설을 확충해 복지까지 챙겼다. ◇업계ㆍ종교계 입김에 청와대와 정부도 흔들=‘한국적 포퓰리즘’은 각종 이익단체에 휘둘린 정치권이 낳은 것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이익단체는 대기업이다. 30년 가까이 `임시` 운영되고 있는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지난해 다시 연장됐다. 정부는 폐지를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투자 위축을 주장하는 업계의 공세에 밀려 공제율만 축소한 채 1년 연장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대부분이 대기업에 집중되는 문제를 고치고, 인적 지적 자본을 중심으로 투자 구조를 재편하려는 정부의 목적은 또 한번 무산됐다. 종교계 역시 권력이다.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해 이슬람 금융(수쿠크)의 특수성을 감안해준 수쿠크법은 막판에 기독교계의 반발에 못이긴 청와대에서 국회 기획재정위에 통과를 만류하면서 통과하지 못했다. 농협법 개정안 역시 조합내부의 반대로 인해 농림수산식품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지난해를 넘겼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기업. 지역 표심을 좌지우지 하는 종교계와 농협 앞에 정치권은 국민의 목소리를 잊은 지 오래다. ◇유권자, 진짜 욕구를 찾아야= 한국적 포퓰리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자신의 욕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굳이 필요 없는 사업을 필요한 것처럼 왜곡하는 정치권과 이익단체를 유권자가 선거로 가려내야 하는 것이다. 주민들이 쓰지 않는 공항이나 철도, 도로 예산을 지역구 국회의원이 끌어왔다고 해서 나아지는 건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 탄광지대는 유권자와 멀어진 포퓰리즘으로 피해를 본 대표적인 사례다. 사양화를 맞은 지난 20년 동안 탄광 업체들이 사업을 전환하고, 낙후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도로를 놓고 강원랜드를 짓는 등에 20조원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정작 광부들의 삶은 열악하다. 2010년 폐광지역진흥사업비등에 들어간 예산은 2조 814억원. 그러나 아직도 갱도에서 일하다 진폐의증을 얻은 1만 5,000여명은 산업재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올해부터 주는 월 60여 만원의 연금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돈이 이용하지 않는 도로나 박물관을 짓는데 사용하거나 탄광업체의 업종전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필요한 정책을 공약하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아 발생한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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