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는 지금 석유와 천연가스ㆍ석탄 같은 전통적인 에너지 자원의 고갈과 이들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대체에너지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 그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ㆍ바이오매스ㆍ수소 등으로 대변되는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다수 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육성에 국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은 여전히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마켓리포트를 통해 셰일가스가 화석연료 시대와 신재생에너지 시대를 잇는 가교이자 미래 에너지원으로서 무한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중소기업들을 위한 최적의 퍼플오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셰일가스는 퇴적암의 일종인 혈암에 함유된 천연가스다. 수압파쇄공법 등을 통해 지하 심층부의 혈암을 부수는 방식으로 추출이 이뤄지는데 KISTI에 의하면 전세계가 125년간 소비할 수 있는 방대한 양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천연가스가 중동ㆍ러시아 등지에 집중 매장돼 있는 것과 달리 셰일가스는 중국과 북미ㆍ남미ㆍ아프리카 등 세계 여러 지역에 고르게 분포한다. 이 때문에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에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경제성 역시 수압패쇄공법ㆍ수평시추기술ㆍ가스분리기술 등의 발전에 힘입어 이미 확보된 지 오래다. 개발단가가 일반 천연가스보다 15달러 이상 낮다. 미국산 셰일가스의 국내 도입가격이 아시아 국가에서 도입한 천연가스 가격보다 25% 저렴하다.
유영복 KISTI 산업시장분석실 연구원은 "셰일가스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화학ㆍ철강산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린 일등공신"이라며 "앞으로 기업들이 본격 진출하고 기술혁신이 탄력을 받게 되면 생산비용의 추가 하락과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오는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발 빠른 대처를 하고 있다. 또한 국내 5개 기업이 미주지역의 8개 광구에서 셰일가스를 개발ㆍ생산하고 있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셰일가스를 포함해 에너지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 사업을 더욱 공고히 확대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성명으로 국내 기업들이 셰일가스 시추와 관련한 최신 기술을 확보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편 KISTI는 세계 최대 셰일가스 부존국인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사실이 우리나라에는 큰 기회이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중국과의 셰일가스 공동개발 플랫폼 조성 사업이 진행되면 우리나라는 저렴한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음은 물론 중공업ㆍ플랜트ㆍ건설 분야의 기업들이 재도약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중국도 에너지 비용 절감에 의한 제조업 경쟁력이 향상돼 국내 석유화학ㆍ철강ㆍ조선ㆍ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국내 업체들도 현지생산과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첨단 공정기술 개발, 원료 발굴, 개발 참여 등으로 시장에서의 지위를 견고하게 다져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