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추악한 이기주의/강지원 청소년보호위원장(로터리)

IMF 위기가 닥쳐오자 나라전체에 온갖 이기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나 먼저 살자」고 아우성이고 「내 잇속 챙기기」에 혈안이다.은행은 은행대로 BIS를 맞추기 위해 제 살길부터 챙기고 있다 하고 종금사는 종금사대로 난리라고 한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우리도 지금 말할 수 없이 힘들다」는 비명이고 그와중에서 힘없는 중소기업과 서민들만 울상이다. 경제의 세계도 사람들의 세계다. 결코 「동물의 세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어찌하여 이 나라는 온통 「너 죽고 나 살자」판으로만 치닫는지 알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는 「돈」의 속성이 본래부터 동물적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돈의 속성이 본래 그런 것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인간의 됨됨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추운 겨울에 구세군의 냄비에 들어가는 돈이나 저금통을 깨뜨려 불우한 이웃을 찾는 고사리 같은 손을 보면 그 이치를 금방 알 수 있다. 지금은 「국가경제」라는 배가 좌초, 온 승객이 위급한 상황이다. 너나없이 먼저 뛰어내리겠다고 하면 그 배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더욱이 선장이나 선원까지 자기가 먼저 뛰어내리겠다고 나서면 그 결과는 어찌 될 것인가. 이치가 이처럼 자명한데도 이 나라 경제계는 순서도, 질서도, 윤리도, 참을성도, 침착함도 모두 잃어보린 것 같다. 우리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곳이 요즘 한창 화제에 오르고 있는 모은행빌딩이다. 이 은행에 예금인출 사태가 생기자 우리 내부에서도 임차보증금을 회수하는 문제가 대두되었다. 일부에서는 얼른 회수하자고 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예금지불불능사태가 생길리도 없지만 명색이 국가기관인데 서민들에 앞서 예금을 인출하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돈을 찾더라도 서민들이 예금을 모두 찾아간 다음에 할 일이고 설사 돈을 떼이더라도 서민들보다 국가가 손해를 입는것이 낫지 않겠는가. 이기주의는 공동체를 파멸시키는 공적 제1호다. 나만 살자면 모두가 공멸할 것이요 서로 양보하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면 서로 사는 길이 생길 것이다. IMF는 우리에게 이기주의의 무서움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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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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