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미국의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오히려 근로자들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고 경고했다. 버핏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낸 기고문에서 "최저임금을 상당한 폭으로 올리는 계획 때문에 시장 시스템을 왜곡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며 "모든 직종에서 시급 15달러를 주면 고용이 현저히 줄어들어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버핏의 경고는 요즘 일부 국가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만병통치약인 양 거론되는 현실에 일침을 놓은 것이다. 그는 경제정책이란 일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성장과 번영의 목표가 흔들린다며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강화를 대안으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선진국일수록 무차별적 임금 인상보다는 근로의욕을 끌어올리고 직업훈련에 집중함으로써 중장기적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도 다음달 말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단번에 79.2%나 인상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등장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도쿄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최저임금은 정부가 직접 나설 수 있지만 일반기업의 임금은 인센티브를 줘서 올리도록 해야 한다"며 노동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근로자의 98%를 떠안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임금이 조금만 올라도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도 내년 60세 정년 연장을 맞아 노사 합의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못하면 인건비 부담 때문에 신규 채용은 꿈도 꾸지 못할 처지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일할 수 있는 국민에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일자리 복지국가'를 천명했다. 정부는 인위적 개입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노동시장을 왜곡하지 말고 근로장려세제를 강화해 저소득 계층의 일자리와 소득 증대를 뒷받침해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