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말로만 안방민원 시대

파일형태 내려받기 기능 없어… 종이문서 제출로 자원·시간 낭비<br>위·변조 방지 기술보유 불구… 전자문서 법적효력 문제탓


각종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정부의 '민원24' 서비스가 정작 발급단계에서는 온라인으로 처리되지 않아 반쪽 서비스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최근 열린 녹색성장위원회보고대회에서 종이문서 사용을 줄여 오는 2015년까지 모두 10조원의 기대효과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결국에는 종이문서를 사용하게 된다는 점에서 공염불이 될 공산이 크다. 정부민원포털인 민원24는 현재 전체 5,000종의 민원업무 가운데 1,800종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정부는 민원업무의 온라인 이용률이 25%가 될 경우 연간 약 6,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교통량 및 종이소비 감소로 연간 약 6만8,000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민원24가 실제로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것은 민원서류의 열람과 신청 등에 그치고 있다. 이 때문에 민원인은 민원24에서 민원서류를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가까운 주민센터에 가 종이문서로 발급 받아야 하며 또 이 종이문서를 필요로 하는 곳에 직접 갖다줘야 한다. 최근 대구에 사는 김모씨는 서울의 한 대기업에 취직한 뒤 주민등록등본을 제출하기 위해 집 근처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를 발급 받고 고속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올라와야 했다. 김씨는 "주민등록등본 하나 제출하기 위해 하루를 허비했다"며 "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 받고 이를 다시 회사에 온라인으로 제출하면 서울까지 갈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원24의 완전한 온라인화를 위해서는 민원인이 전자서류를 직접 USB 등에 다운 받아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민원서류를 파일 형태로 직접 내려받을 수 있는 기능은 아예 설정돼 있지 않다. 정부가 아직까지 완전한 온라인화를 실현하지 못한 것은 기술력이나 구축비용 탓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전자문서 유통의 관건인 위ㆍ변조 방지를 위해 전자문서 조작을 불가능하게 하는 타임스탬프 기술을 갖추고 있다. 전자문서를 직접 내려받는 기능은 하루 정도 간단한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면 되는 일이어서 구축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행안부에 타임스탬프 기술을 제공하고 시스템을 구축한 타임스탬프솔루션의 김동현 대표는 "행안부가 지금이라도 결정만 하면 바로 완전한 온라인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전자문서가 유통될 경우 법적인 효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이미 국세청이 도입해 활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연말정산 서류를 온라인으로 발급 받아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서비스를 지난해 국세청 공무원에 대해 시범적으로 도입한 데 이어 내년 초 연말정산부터는 전국민을 상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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