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구제금융 협상 최대 고비… 칼날 위에 선 그리스

ECB·IMF 등 민간 부문 노동비용 삭감 강력 요구<br>그리스 정치권 협상안 거부땐 디폴트 가능성 커져

"우리는 지금 칼날 위에 서 있습니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

그리스 2차 구제금융을 둘러싼 협상이 그리스 정치권과 유로존 각국의 이해관계 등이 엇갈리면서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 현재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CB),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와 구제금융의 대략적인 조건에 대해 협상을 끝낸 상태다.


하지만 5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총리-정당 지도자 간 회동에서 그리스 정치권이 협상조건이 가혹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그리스는 '무질서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을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4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 전화화상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협상 성패가 백지장 한 장 차이"라며 "최종 결정은 5일 총리-정당 지도자들 회동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행 자본확충과 민영화 계획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민간 부문 임금 및 노사관계, 올해 재정긴축 조치들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베니젤로스의 이 같은 발언은 트로이카가 민간 부문 노동비용 삭감을 완강하게 요구해 협상 진전이 어려운 만큼 정당 지도자들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5일 사회당ㆍ신민당ㆍ라오스 등 과도정부를 지지한 세 정당 지도자들과 만나 그간 벌여온 2차 구제금융 협상 결과를 설명하고 이들의 지지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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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카는 그리스 재무·노동장관 등과 벌인 협상에서 최저임금, 연휴 보너스, 보충적 연금 등의 삭감을 통해 민간 부문 임금과 연금을 25% 줄이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공공 부문 감원 및 구조조정의 확대와 신속한 이행을 구제금융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 같은 트로이카의 압력에 대해 그리스 노사 대표들은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한 상태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둔 그리스 정치권도 표를 의식해 노동개혁 등에 부정적이다. 그리스 정치권은 "트로이카의 주장대로 민간 부문의 월 최저임금을 750유로에서 550유로로 낮출 경우 경기침체의 골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면서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정당 지도자들이 협상안을 거부할 경우 3월20일 145억유로의 국채 만기도래를 맞는 그리스로서는 '무질서한 디폴트'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된다는 점이다. 이처럼 긴축안을 두고 트로이카와 그리스 정치권 간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구제금융을 지원할 '트리플A(AAA)' 국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일 독일과 네덜란드ㆍ핀란드 등 구제금융을 지원할 국가들의 재무장관들이 별도로 모여 그리스가 긴축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했다"고 전했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도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며 그리스를 압박했다.

융커 의장은 "그리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간다면 더 이상의 새로운 프로그램은 없을 것"이라며 "이는 3월20일로 예정된 145억유로의 국채 만기를 막지 못해 그리스가 파산상태에 이를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문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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