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부처ㆍ지자체 책임 물어야 재정낭비 준다

조세연구원이 예비타당성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예산집행에 중요한 척도가 되는 예비타당성 조사는 물론 사후평가마저 예산당국이 맡는 구조 아래서 실제 사업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 사후책임을 물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우 타당한 지적이다. 그동안 예비타당성 조사만 거치면 사업내용이나 결과가 나빠도 책임지는 부처나 지자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이 조사가 사업부진의 면죄부라는 비아냥까지 나올까.

물론 예산당국이 예비타당성 조사제도를 통해 불요불급한 사업을 걸러내는 순기능을 수행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제한된 정보를 기반으로 한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사업승인을 한 뒤에는 여간 해선 사업추진 부처나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도 1차 관문만 통과하면 그만이라는 인식도 넓게 퍼져 있다.


문제를 개선하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에 대한 책임은 사업부처나 지자체에 지우고 예산당국은 사후평가에 주력하도록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외형적인 예산집행률에 초점을 맞춘 모니터링에서 탈피, 사업부진과 예산낭비에 대해 책임을 묻고 문제점도 제대로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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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손질과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구태도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이나 정부가 재정지출 증가나 세입감소 법안을 입안할 때 상응하는 세입증가, 재정지출 삭감 법안을 동시에 제출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도입한다고 말로만 외칠 뿐 도무지 실행되지 않고 있다. 공약 혹은 고위층의 관심사안이라는 이유로 조사가 면제되는 경우가 허다한 탓이다. 부총리마저 꼭 필요한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라도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는 마당이다.

이낙현 민주당 의원이 밝힌 대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영남지역에 편중돼 있다는 사실은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정치권의 전리품처럼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치로부터 자유롭고 실행단계에 평가까지 골고루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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