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5·31 지방선거를 돌아보며

온 나라가 5ㆍ31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로 술렁이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한 야당은 역풍을 경계하는 분위기라고 하며 여당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의를 반영하기 위해 정책 노선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모두가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야말로 인류가 창조해낸 제도 중에서 가장 위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나 한발 물러서서 이번 선거를 돌아보면 무언가 아쉬움이 남는다. 절대 다수의 민의를 여과 없이 진솔하게 반영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지방선거를 이런 식으로 계속 치를 수밖에 없다는 데에 답답함을 느낀다.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가 좀더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대의원이 정당의 공천을 받고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들을 선택함으로써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보듯 현재의 지방선거제도가 그 지방에 적합한 단체장이나 대의원을 선출하는 바람직한 제도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크다. 또한 많은 후보가 입후보할 수 있는 현재의 제도가 진정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선거의 초점을 누가 우리 지방을 보다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두지 않는 선거 방식도 문제의 여지가 있다 할 것이다. 국정 과제를 논하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라면 몰라도 적어도 지방선거에서, 특히 기초단체장이나 대의원의 경우 지방선거 성격에 맞는 형식으로 선거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택 기준으로 입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 비전 등의 비중이 더욱 커져야 할 것이다. 헤겔은 역사의 전개 과정을 변증법의 이론을 통해 정반합의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작용에 대해 반작용이 반복된다고 한다면 이번 선거의 어떠한 모순이 다음 선거의 어떠한 모습으로 우리 역사를 바꿔놓을 것인가. 불안감이 앞서면서도 역사는 반복하면서 발전한다는 역사학자 E.H. 카의 말에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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