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급을 지향하는 새로운 코스들의 도전이 거세지만 제주의 클럽 나인브릿지가 10년째 국내 1위 자리를 지켜냈다. 미국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 리스트에도 2005년 95위로 데뷔한 뒤 올해 49위까지 상승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고베의 히로노(40위)에 이어 두번째로 순위가 높은 한국 대표 골프장이다. 유명한 미국의 소그래스TPC(51위)나 브리티시오픈을 개최하는 잉글랜드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57위)에도 앞선다.
안목이 까다롭기로 이름난 100대 코스 선정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나인브릿지의 성공 비결은 뭘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벽한 결합으로 요약된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이에 꼭 맞춰 앉힌 코스, 글로벌 수준의 코스 관리 및 클럽 운영, 모기업의 명품주의 경영 등이 잘 어우러져 있다.
우선 골프장의 얼굴인 코스의 우월성을 들 수 있다. 나인브릿지는 기획 당시부터 세계 100대 코스를 염두에 뒀다. 세계적인 명 코스와 견줘 뒤지지 않을 최적의 입지를 찾아내고 세계적인 코스 설계가 로널드 프림과 데이비드 데일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제주 특유의 건천을 넘겨 샷을 해야 하는 매우 전략적인 크리크 코스와 스코틀랜드식의 넓은 페어웨이와 많은 벙커를 가진 하이랜드 코스 등 18홀이 탄생했다.
개장 후 리노베이션과 관리는 지속적인 순위 상승의 원동력이다. 안주나 현상유지가 아니라 진화를 추구해 선정위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 18홀 중 10개 홀은 2001년 개장 당시와 전혀 다르게 바뀌었다. 최고의 코스 관리와 이용객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진을 갖췄다. 세계 100대 코스로 견학을 보내는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글로벌 기준에 맞췄다.
100대 코스와의 교류도 빼놓을 수 없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나인브릿지 클래식을 개최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인 나인브릿지는 100대 코스 회원들을 초청해 클럽 대항전인 월드클럽챔피언십(WCC)을 열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뮤어필드, 부동의 세계 1위 코스인 파인밸리(미국) 등 세계적인 골프장 멤버들이 이곳에서 샷 대결로 우정을 나누면서 나인브릿지의 소문은 세계로 뻗어 나갔다.
이 모든 것은 모기업인 CJ의 지원 없이 불가능했던 일이다. 완벽한 관리를 위해서는 철저한 회원 중심 운영이 필수적인데 이는 국내 여건상 흑자 경영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최초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이기도 한 김운용 나인브릿지 대표는 "회원에게 더 큰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간다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나인브릿지의 '내륙판' 격인 해슬리 나인브릿지(경기 여주)도 개장돼 형제 골프장 간의 명문 경쟁도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