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새 금융수장 속도내는 차별 행보

그룹 차원 과업에 과감한 메스… 전임자 색깔 지우는 회장들<br>이순우 우리 "민영화 위해 원두혁신 잠정 폐지"<br>임영록 KB "효율 떨어지는 락스타 지점 줄여"<br>홍기택 산은 "다이렉트 뱅킹 고금리 사실상 접어"

왼쪽부터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 임영록 KB금융 회장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던가.

주요 금융그룹의 회장이 조직에 짙게 배인 전임 회장의 색채를 지우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새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직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심복을 심는 것은 기본이고 전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그룹 차원의 과업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메스를 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런 변화는 신임 회장 입장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업에 가깝다.


특히 수익성이 가파른 내림세를 타고 있고 불황 속 금융의 역할도 절실한 상황에서 금융그룹의 수장이 대거 교체된 만큼 새 리더십의 향방에 따라 금융그룹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금융계가 우리금융ㆍKB금융ㆍ산은금융지주 회장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이순우 우리금융 회장은 민영화 작업에 올인한 만큼 지주 역할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팔성 전임 회장이 계열사에 대한 통제와 지시에 주력했다면 이 회장은 지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이 전임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혁신활동 제안 프로그램 '원두(One Do) 혁신'을 잠정 폐지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원두 혁신은 이 전임 회장이 적극적인 지휘 아래 지난 3년간 23만건의 안을 통해 약 5,000억원의 재무 성과를 냈다. 실제 유가증권 담보 관리를 통한 수익 창출, 압류 방지 통장 개설 등의 제안은 효과가 컸다.

하지만 이 회장은 원두 전략을 총괄하던 경영혁신실을 시너지추진부로 통합했다. 사실상 없앤 것이다. 지주 차원에서 계열사의 혁신을 주도하고 관리하기보다는 계열사가 자체적으로 자율 혁신을 추구하는 게 여러모로 낫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의 매각이 분리 매각으로 가닥이 잡힌 상황에서 지주사에 힘을 집중적으로 실어주기보다는 계열사 경영 효율을 지원하는 것이 그룹 매각이란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낫다는 판단을 하지 않았겠냐"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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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임영록 회장은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의 강도가 더하다.

당장 취임사에서부터 비효율 지점으로 대학교 인근 락스타 지점(41개)을 꼽았다. 락스타 지점은 어윤대 전임 회장이 대학생 고객을 잡기 위한 카드였지만 수익이 나지 않으면서 비효율의 상징이 됐다. 가뜩이나 점포 축소, 통폐합 등 리모델링이 금융권의 화두가 된 만큼 락스타의 축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의 용인술은 한술 더 뜬다. 전임 회장 아래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인재를 모두 물갈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윤대 체제와는 확실히 선을 그은 셈. 특히 지주와 은행의 직제 개편을 통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KB금융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은금융지주의 홍기택 회장도 새 길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STX그룹 등 기업 여신에서 부실이 많이 발생한 데다 전임인 강만수 회장의 그늘이 짙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민영화를 전제로 추진했던 점포 확대 등의 소매금융 확대 전략은 이미 버렸다. 또 창구직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진했던 고졸 행원 채용도 중단됐다. 다이렉트 뱅킹은 고객 신뢰 차원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금리 정책은 접어 사실상 전임 회장과는 스탠스가 완전히 다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리더가 바뀌면 정책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며 "다만 장기 전략 없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만 시도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과단성 있되 세심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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