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4월 1일] 깊어지는 저금리 주름살

한국은행은 재작년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그해 10월 연5.25%이던 기준금리를 불과 5개월 사이에 무려 3.25%포인트나 내렸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2월 0.25%포인트 인하를 끝으로 13개월째 2.0%를 유지하고 있다. 1년 넘게 지속된 이 같은 초(超)저금리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대체적으로는 신용경색이 해소됐고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내려 기업ㆍ가계의 금융비용 부담이 줄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 저금리정책의 후유증 점차 커져 그러나 부작용의 우려도 크다. 무엇보다 가계부채의 급증과 부실에 대한 걱정이 많다. 빚이란 갚기가 부담스러워야 한다. 그러나 금리가 너무 싸다 보니 빚을 무서워하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지난 2008년 말 688조원이던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733조원으로 불었다. 당국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소홀히 했다가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수 있다. 저금리는 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켜 경제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조달 비용이 싸고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이 수월하다 보니 한계기업들의 퇴출이 지연돼 시장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시중자금의 동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저금리로 금융소득자들의 수입과 씀씀이가 줄면서 소비도 부진하다. 저금리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일본처럼 소비부진이 고착화해 장기불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금리를 올리면 이런 문제들이 단박에 풀리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난해 금융위기의 충격을 벗어나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경기가 올 들어서는 주춤거리고 있다. 하반기에는 경기가 다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특히 부동산 규제완화 조치가 복원되면서 부동산경기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수도권에서조차 미분양아파트가 늘고 있고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 같던 집값도 하락세다. 재산의 80%를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는 국내 가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부동산경기 부진은 심각한 문제다. 집값이 뛸 것으로 보고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산 가계는 집값 하락과 금융비용 부담이라는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퇴출공포에 떨고 있다. 금리인상은 이런 한계기업과 가계의 금융비용을 증가시켜 금융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기회복을 자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금리를 인상했다가는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활력이 회복하는 시기를 봐가면서 인상여부를 판단한다는 입장이지만 그 시기를 정확히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금리정책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말 그대로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취임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는 취임 전부터 정제되지 않은 말로 시장을 혼란하게 했다. 한은 총재로 내정된 지난 3월16일의 "한은의 독립이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은 아니다"는 발언이 정부와의 협조로 해석돼 다음날 채권금리가 급락했다. 그러더니 29일에는 "시장평가와 실제의 나는 다를 것"이라고 말해 이번에는 금리가 급등하기도 했다. 종잡을 수 없는 그의 이런 언행을 두고 시장은 '김중수 리스크'라고 부르고 있다. 한은 총재 금리방정식 잘 풀어야 본인 의지와 달리 '매파'로 불렸다는 전임 총재와는 반대로 김 총재는 '비둘기파'라는 평가가 벌써부터 나온다. 하지만 아직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그의 선택과 판단에 달렸다고 하겠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을 맡은 김 총재가 고차원방정식과도 같은 저금리 딜레마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4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선장이 새로 바뀐 한은이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은행(FRB)처럼 금융안정 및 정부정책과의 조화도 이루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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