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인 준대형 세단 '알페온'의 판매대수가 지난달 580대에 그치는 등 판매부진의 늪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과거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의 잇단 실패로 유독 대형 세단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한국GM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한국GM에 따르면 지난 5~7월 최근 3개월간 국내시장에서 판매된 알페온은 총 2,208대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동급 경쟁모델인 기아차 K7(5,654대)이나 르노삼성 SM7(4,244대) 판매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알페온은 지난해 8월 출시될 때만 해도 한국GM이 과거에 선보였던 스테이츠맨과 베리타스의 잇따른 실패를 단숨에 만회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기대에 부응하듯 알페온은 지난해 말 월 1,700대 안팎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SM7을 누르고 한때 K7과 그랜저까지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가 출시되면서 알페온의 상승세도 한풀 꺾이기 시작했다. 또 6~7월 들어서는 르노삼성이 신형 SM7 출시를 앞두고 기존 SM7에 대한 판매조건을 대폭 강화하면서 알페온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더욱이 신형 SM7이 출시돼 당분간 알페온의 추가 하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국GM이 과거 대형 세단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2005년 출시됐던 스테이츠맨은 2년간 1,795대를 파는 데 그쳤고 2008년 선보인 베리타스 역시 지금까지 2,500여대가 판매되는 데 머물렀다. 물론 알페온의 지난 1년간 누적판매량은 1만2,834대로 스테이츠맨이나 베리타스를 훨씬 뛰어넘고 있지만 최근 준대형 시장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실적이다. 업계에서는 알페온의 판매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동급 경쟁모델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연비를 꼽고 있다. 알페온의 연비는 2,400㏄와 3,000㏄의 모델이 각각 10.6㎞/리터와 9.3㎞/리터인 반면 그랜저와 K7의 연비는 같은 배기량 기준 12.8㎞/리터와 11.6㎞/리터에 달한다. 또 준대형 세단에 걸맞지 않은 협소한 실내공간 및 트렁크 공간과 편의사양 부족 등도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GM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우선 오는 10월 기존 모델 대비 연비를 30%가량 향상시킨 '알페온 e어시스트'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이 모델은 '스톱 앤 고' 등 연비효율을 높이는 기능을 장착해 연비를 리터당 최고 13㎞대까지 끌어올렸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쟁사들의 신차출시와 공격적인 판촉활동으로 알페온 판매에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하지만 알페온 e어시스트 출시를 계기로 대형 세단시장에서 반격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