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합병로펌 "이름 짓기 힘드네"

김장리·평산 새이름 기등록법인 존재<br>작명 완료때까지 조인식 미루기로<br>대부분 두 법인이름 합쳐서 사용… 표기순서 놓고 신경전도 치열


‘합병로펌 이름짓기, 너무 힘들어요’ 국내 법무법인(로펌)들이 최근 들어 합병작업에 잇따라 나서고 있지만, 합병보다 더 어려운 게 ‘작명’이라는 우스개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김장리와 법무법인 평산은 당초 지난 10일 합병조인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통합로펌의 이름이 복병으로 떠올랐다. 두 로펌은 통합로펌의 이름을 ‘태화’라고 결정했지만, 지방 로펌중에 이미 ‘태화종합법률사무소’를 등록해 운영중인 곳이 있었던 것. 이 때문에 두 로펌은 작명 완료때까지 부득이 조인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합병이 무산된 게 아니냐’는 악성 루머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작명을 서두르고 있지만, 여러 후보군 중에 새 이름을 고르기가 만만찮다는 전언이다. 평산의 한 관계자는 “합병에 문제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고, 다만 작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두 로펌의 특성을 감안하고 부르기 쉬운 로펌 이름을 고르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최근의 합병 로펌들이 합병전 두 로펌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것도 이 같은 작명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법인 지평지성은 한글명칭에선 먼저 설립된 지평을 앞에 썼지만, 영문명에는 지성을 앞으로 해서 ‘JisungHorizon’으로 정해 절충점을 찾은 사례다. 최근 합병한 로펌의 한 관계자는 “합병 후 어떤 로펌의 이름을 먼저 표기할 지를 놓고 협상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두 로펌간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신경전도 대단하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한 로펌이라도 양보하지 않을 경우 새로운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이 경우 기존의 인지도가 하락할 수 있어 대부분 편의적으로 두 로펌의 이름을 그대로 갖다 쓰고 있다”고 말했다. 화우는 2003년 2월 화백과 우방이 합쳐 앞 글자를 따서 이름이 정해다. 2006년 3월에는 김ㆍ신ㆍ유까지 더해 지금의 화우가 됐다. 그러나 특이하게 영문명은 화백과 우방 출신의 윤호일, 양삼승 대표의 Yoon, Yang과 기존 김ㆍ신ㆍ유의 Kim Shin & Yu까지 모두 살려 ‘Yoon Yang Kim Shin & Yu’ 로 국내에서 가장 긴 영문이름의 기록을 갖고 있다. 로펌 이름을 놓고 법적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이 ‘법무법인 서울’을 상대로 “법무법인 명칭에 ‘서울’을 사용하지 마라”며 상호금지 소송을 냈다. ‘서울종합 법무법인’은 “상호가 사실상 같아 고객들이 혼동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서울’은 지리적 명칭이며 이를 사용하는 법인도 여러 곳이어서 ‘서울’ 자체는 식별력이 없다”며 서울명칭은 누구가 사용할 수 있다고 법무법인 서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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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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