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달러당 1,050원 붕괴 직전까지 갔던 환율은 단숨에 1,090원을 넘어섰다.
28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9원 오른 1,093원50전에 마감했다. 일일 상승률로 따지면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 2011년 9월26일(29원80전)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치다. 원ㆍ달러 환율이 1,090원대에 재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16일(1,092원20전) 이후 두달여 만이다. 환율은 최근 4거래일간 31원20전이나 올랐다.
이날 외환시장은 지난주 말 유럽 은행들이 장기대출 프로그램(LTRO) 대출액을 조기 상환하면서 큰 폭으로 오른 역외선물환(NDF) 시장의 환율을 반영하며 7원80전 상승한 상태로 개장했다. 수출업체의 달러매도와 역외의 달러매수가 맞섰지만 점차 달러매수에 힘이 붙으며 환율 오름세는 장 막판에 가팔라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양적완화(QE) 조기종료가 언급될 수 있다는 심리도 쏠림 현상을 가속화했다.
특히 외국인이 이날 한국 주식시장에서 5,000억원어치를 내다 팔면서 막판 환율을 끌어올렸다. 외국인들은 이날 전기전자 3,487억원, 자동차(운송장비) 1,062억원어치 등을 팔았다. 상장지수펀드(ETF)인 뱅가드펀드가 벤치마크를 변경하며 주식을 매도한 것이 매도심리를 부추겼다. 외환당국이 곧 추가 규제에 나서고 북한 리스크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줬다.
정경팔 외환선물시장분석팀장은 "주식시장에서는 국내 전자ㆍ자동차주에서 차익을 실현한 외국인들이 일본의 전자ㆍ수출주를 담는 자금이동 현상이 나타났다"며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를 매도하고 호주달러와 원화를 사들였던 외국인들의 포지션이 반대로 꺾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