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은 주요 경제지표 발표 시간을 오전7시30분에서 오후1시30분으로 늦추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른 아침에 발표한 탓에 언론 등을 상대로 설명 기회를 갖기 어렵고 이 때문에 왜곡된 해석이 종종 있었다는 것이 통계청의 발표 시간 변경의 이유다.
발표 시간을 바꾸려는 경제지표는 소비자물가ㆍ소비자전망조사ㆍ고용동향ㆍ산업활동동향ㆍ서비스업활동동향 등으로 주식 등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들이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국내 주식시장에 외국인의 비중이 높지 않느냐, 오후에 발표하면 외국인은 활동시간에 지표를 볼 수 있게 돼 바람직하다”는 설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통계청의 이 같은 설명은 석연치 않은 점이 몇 가지 눈에 띈다. 무엇보다 장중에 발표되는 데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한 예로 한국은행은 장중 발표되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이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 주식시장이 끝나는 4시에 공개하고 있다.
그 회의록은 6주 전의 기록이다. 미국ㆍ일본 등 주요국들도 이러한 시장 영향을 고려, 주요 경제지표를 주식시장 개장 전에 발표한다. 따라서 동시성을 갖는 통계지표를 장중에 발표한다는 통계청의 주장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장중에 주요 통계지표를 발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가뜩이나 우리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데 통계청의 조치는 장을 출렁거리게 만들 또 하나의 요인만 추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가를 위해 오후에 발표하겠다는 것도 거꾸로 주식시장의 60%를 차지하는 국내 투자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통계청이 무리수를 두는 것은 결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통계청의 뜻대로 경제지표가 오후(1시 30분)에 발표될 경우 석간신문의 보도 기회는 봉쇄되고 조간신문 및 방송사들도 마감시간 등을 감안할 때 정확한 분석 및 심층취재 기회를 상실할 우려가 크다는 게 대다수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