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남북 정상에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남북정상이 7년3개월 만에 다시 자리를 함께 하게 된 것이다. 냉전의 깊은 골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그러나 아직도 냉전이라는 멍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 한반도에 중대한 전기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기대로 국민들은 두 정상의 회동을 지켜보고 있다. 한민족, 우리는 누구인가. 그 숱한 영욕의 세월 속에서도 살아남은 인동초와 같은 민족이지 않는가. 그러나 냉전과 분단의 세월은 우리의 여린 가슴을 멍들게 하고 우리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들었다. 허리가 잘린 한반도는 부모ㆍ형제ㆍ민족의 아픔 그 자체였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시대적 과업은 공존공영의 틀을 만들고 남북한 간 ‘상생의 정치’를 이끌어 내고 민족의 미래를 위해 평화의 기초를 닦는 것이다. 이는 한반도에서 분단의 갈등을 해소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써 비로소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남북한이 자주 만나서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반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순리와 인내로 풀어가는 겸허한 자세이다. 지나친 성과를 의식하는 행동은 남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는 크게 평화체제 전환 시동과 경제공동체 구축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좀더 세분화하면 남북공동번영,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화해와 통일로 요약된다. 남북공동번영의 문제는 북한의 경제특구 확대, 북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협력, 농업 보건의료 지원 등 남북경제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의 문제는 북핵문제 타결, 군사적 신뢰조치, 한반도평화체제 구축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6자회담을 통해 북한핵의 불능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의 실천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군사적 신뢰조치를 위해 그동안 진행돼왔던 국방장관 회담을 정례화하고 DMZ와 NLL에서의 긴장관계 해소, 군축 등을 위한 새로운 접근도 필요하다. 이는 한반도평화체제 전환을 구인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화해와 통일의 문제는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소,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 해소 등을 포함한다. 이상의 논의를 위해 남북정상은 냉엄한 국제사회에서 ‘민족의 발전을 위한 길’을 깊이 통찰하는 ‘전일적 사고’와 이에 따른 새로운 ‘한반도구상’이 필요하다. 또한 두 정상은 남북한이 공존하면서 통일로 가는 중간단계체제에 대한 패러다임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주지하다시피 남북한은 지난 72년 ‘7ㆍ4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91년 12월에는 ‘남북한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또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 관련국들은 2005년 ‘9ㆍ19 공동성명’과 2007년 ‘2ㆍ13 합의’를 도출했다. 남북정상은 이의 이행의지를 재확인하고 상호 간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 ‘한반도 평화선언’의 채택이라는 미래지향적 대의를 위해 남북정상은 조그마한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대승적 자세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노대통령의 군사분계선 도보월경, ‘아리랑’ 공연 관람 등 가십들이 이번 정상회담의 내용과 의미를 퇴색시키거나 손상시켜서는 안 된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이 17대 대통령선거에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 한반도 내외환경이 유동적이나 활용 여하에 따라 남북한 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 매우 유리한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남북한은 지혜를 모아 백두대간을 따라 흐르는 민족정기와 백두에서 한라로 이어지는 민족에너지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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