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글로벌 포커스] 인플레 겹치면 고통 크고 오래간다

'美 경기침체' 과거와 현재<br>역대 32번 겪어…최근 올수록 침체기간은 짧아져<br>1차 오일쇼크때 16개월 스태그플레이션이 '최악'<br>현재상황 "과거보다 심할것" "하반기 회복" 엇갈려




미국 경제가 이미 경기침체(recession)의 터널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뉴욕 월가의 관심은 이번 침체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인지, 또 어느 정도 고통이 클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물론 경기 침체는 사후적으로 판정되기 때문에 현 시점이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미국의 경기 사이클을 공식 판정하는 전미경제조사국(NBER)는 가장 최근의 경기침체기인 2001년(3~11월)의 경우 침체가 끝난 시점인 11월에 가서야 침체를 확인했다. NBER은 현재의 미국 경제 상황을 ‘침체 국면에 진입하기 직전’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상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일자리가 2개월 연속 준 것을 두고 대다수의 이코노미스트는 미 경제가 침체국면에 돌입했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NEBR에 따르면 미국은 1857년부터 지금까지 모두 32번의 경기침체를 겪었다. 2차 대전 이전에는 10개월 이상 장기 침체가 많았으나, 중앙은행(FRB)이 경기조절에 적절히 나선 전후에는 침체 기간이 짧아지는 추세다. 미국은 2차 대전 이후에도 11번의 경기 침체기를 거쳤으나 1973년과 1981년 두 차례에 걸쳐 16개월이라는 장기 침체를 겪을 뿐, 나머지 8번은 6~11개월로 짧았다. 2차 대전이후 미국은 1973년 가장 고통스러운 경기침체에 빠졌다. 1차 오일쇼크로 국제유가가 폭등한 1973년 11월부터 1975년 3월까지 16개월 소비자물가(CPI)는 평균 10.9%에 달했다. 이 기간 중 성장률은 마이너스 2.5%.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났다. 당시 정책당국자와 경제학자들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경제현상에 적잖이 당혹했다. 경기를 진작하기 위해 금리를 낮추면 물가가 치솟고, 반대로 금리를 올리면 경기진작은 요원한 탓이다. 미국은 1980년에 또 다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했다. 2차 오일쇼크로 1980년 1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물가상승률은 14.3%, 성장률은 마이너스 4.3%에 달했다. 고통은 짧았지만 충격은 컸다. 그러나 미 경제는 곧바로 또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이른바 경기가 회복되려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 Dipㆍ이중경기하강)’에 빠진 것이다. 더블 딥은 2000년대 들어 등장한 용어지만,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초 미 경제상황을 이중침체에 빠진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시 인플레이션과 싸웠던 폴 볼커 FRB의장이 2차 오일쇼크 이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하면서 경기침체를 불렀다. 당시 FRB의 정책금리는 지금처럼 연방기금 금리가 아닌 재할인율이었는데, 이 때 폴커 의장은 이를 무려 20%까지 올렸다. 금리를 올려 인플레를 잡았으나. 그 대가로 미국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벗어난 지 1년 만인 81년 7월부터 16개월간 기나긴 침체에 빠졌다. 미국의 과거 경험을 보면 장기 불황을 겪은 시기에는 반드시 인플레이션라는 악재를 동반했다. 경기 둔화와 인플레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미국의 경기침체의 고통이 길고 심했다. 치유가 좀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2001년 경기침체기와는 다르며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신용 경색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IT버블의 붕괴와 9ㆍ11테러의 후유증에서 비롯된 2001년 경기침체의 경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로 비교적 안정됐다. 루니엘 루비니 뉴욕대학교수는 “금융기관에 국한됐던 신용 위기가 앞으로 신용카드와 소비자대출과 기업금융까지 확산될 것”이라며 “과거의 비해 고통은 더 심하고 침체 기간도 16개월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미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는 단정하지는 않지만 “현재 금융 시장문제는 여느 때보다 심각해 최근 두 차례의 침체기보다 더 깊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오래가지 않고 고통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FRB의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면 3분기 또는 4분기에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다는 시각이다. 이런 전망은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이 주로 제기한다. 모건스탠리의 리처드 버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경기침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완만하고 짧은 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1ㆍ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0.5%로 떨어진 데 이어 2ㆍ4분기에 마이너스 1%까지 하락한 뒤 3분기부터 회복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