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비이성적 과열의 상처

지난 1980년대 주택대부조합(S&L) 부실 사태가 미국 경제를 강타했다. 경쟁적으로 주택대출을 늘린 결과 막대한 부실자산을 떠안게 됐고 결국 200개 이상의 조합이 사라지고 말았다. 1990년대 들어 미국 경제는 S&L 사태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부실로 큰 타격을 받았다. 신흥국가에 대한 무리한 투자와 부실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와 헤지펀드들의 잇단 청산 및 해체를 가져왔다. S&L 부실과 LTCM 사태는 파생상품 경제의 허점과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융기관은 레버리지를 활용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몇십 배에 달하는 자금을 복잡한 구조를 가진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가령 실제로는 1억원을 갖고 있지만 차입을 통해 10억원 이상의 자금을 굴리는 식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원금의 2~3배에 해당하는 신용거래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레버리지를 이용하거나 신용거래를 할 때에는 투자금액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일부만 손해를 보더라도 원금마저 까먹게 된다. 글로벌 신용경색이 장기화되고 미국 6대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마저 무너진 것은 바로 레버리지를 이용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때문이다. 앨런 그린스펀 전(前)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레버지리를 이용한 무차별적인 투자를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고 표현했다. S&L과 LTCM 사태, 현재 세계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가고 있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금융기관과 개인들이 합작해서 만들어낸 ‘비이성적 과열’의 산물이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세계화’를 외치며 글로벌화에 나서고 있다.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 진출하고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금융산업의 기본은 리스크 관리에 있다.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기만 했던 이카로스가 결국 밀랍날개가 녹아 추락하고 말았던 것처럼 리스크 관리를 염두에 두지 않는 세계화 전략은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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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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