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용 전 대사처럼 유럽 내 공항이나 역에서 현금을 밀반출하려다 적발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 전했다. 유럽 재정위기국이 증세를 단행하고 스위스 등 조세회피처에서도 탈세규제가 강화되자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유럽인들이 자산을 현금으로 직접 빼돌리려다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현금밀반출이 가장 많이 적발된 곳은 정부가 '부자증세'를 천명한 프랑스다. 올 1ㆍ4분기에 적발된 액수는 1억300만유로(약 1,47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배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적발규모는 전체 밀반출액의 5%에 불과한 것으로 프랑스 세관은 파악하고 있다. 재정위기국인 이탈리아 세관도 올 들어 최근까지 1억2,400만유로를 적발해 지난해 전체 기록을 넘어섰다. 스페인에서도 현재까지 유로화로만 1,750만유로가 적발됐다. NYT는 현금을 짐가방에 넣는 것은 기본이고 케이크박스나 과자봉지, 심지어 자녀의 주머니에도 숨기는 등 수법도 기상천외하다고 전했다.
전쟁 등 국가위기 때나 후진국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현금밀반출이 선진국이 즐비한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는 것은 재정위기 이후 각국이 세율을 올리고 고강도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스위스도 지난달부터 미국과 은행고객 금융정보를 공유하며 은행 비밀주의를 사실상 포기해 이런 경향을 부채질하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EU)에서는 국경을 넘을 때 1만유로 이상의 현금을 지참할 경우 신고하도록 돼 있다. 2007년부터 돈세탁과 탈세를 막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적발되면 최장 6개월 동안 돈을 돌려 받지 못하며 적발금액의 최소 25% 이상이 벌금으로 매겨진다. 세관은 돈의 출처에 대한 조사권도 갖는다.
프랑스의 한 언론인은 "이제 유럽인들은 계좌를 신고하고 고율의 세금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돈을 숨겨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