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복지 포퓰리즘이 빚은 어린이집 파동

전국 어디서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가 하늘에 별 따기란다. 수천명이 대기표를 받아 2년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올해부터 0~2세 영 유아에게 전면 무상보육제도를 실시하자 아이를 맡기려는 가정이 폭증한 것이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보육비가 공짜라고 하니 안 받으면 손해라는 생각에 너도나도 일단 신청부터 하고 보자는 부모 심리는 탓할 대상이 아니다. 보건당국은 대략 3만명의 초과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어린이집 운영권에 억대의 프리미엄이 붙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말 보육시설이 절실한 맞벌이가정이나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극빈층 가정이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안쓰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린이집 대기소동이 초래된 것은 무상보육의 첫 단추를 잘못 뀄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의 결과이다. 국회는 지난해 말 정부가 5세로 한정한 무상보육 대상에 느닷없이 0~2세를 끼워 넣었다. 어린이집 수요 파악조차 안 된 상황에서 인기영합적인 무책임한 발상이었다. 정부도 중심을 못 잡고 휘둘렸다는 점에서 책임의 한 당사자이다. 3~4세 자녀를 둔 부모들이 무상보육 대상에서 제외돼 불만을 쏟아내자 이들의 지원에 나섰고 잇따라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불만도 가라앉히기 위해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0~2세 양육수당을 신설하는 대책을 급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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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제 다시 어린이집 수요를 가정으로 되돌리기 위해 보육제도를 손질해야 판이다. 소득구분 없이 0~2세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된다고 한다. 내년부터 3~4세 보육비 전액지원이 이뤄지면 같은 또래의 아이를 집에서 기르는 부모들의 양육수당 신설 요구가 또 쏟아질 것이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해야겠지만 더 중요한 일은 무상보육의 원칙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득구분 없이 전액을 지급하는 무차별 보육복지는 아마도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있을 일이다. 복지수요란 일단 분출하면 끝이 없다는 사실을 어린이집 파동이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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