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동양그룹처럼 계열사 문제가 있는 대기업이 얼마나 있느냐는 질문에 "4개 정도 된다"고 한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18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동양 문제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계열 증권사를 통해 판매한 것이다. (대기업) 네 곳 정도가 그렇게 하고 있고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 회사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고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네 곳이 어디인지에 대한 설이 난무했다. 물론 최 원장은 "대기업 중에서 계열 증권사를 통해 회사채와 CP를 조달한 게 네 곳 정도 있다는 것이지 위험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국내 30대 대기업 증권사 중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판매한 회사는 삼성증권, HMC투자증권(현대차 계열), SK증권ㆍ한화투자증권ㆍ동부증권ㆍ현대증권 등 6곳이다. 이 가운데 3년간 개인투자자에게 회사채와 CP를 가장 많이 판 곳은 동부증권(7,492억원)이고 한화증권(951억원), 삼성증권(213억원), 현대증권ㆍSK증권(각각 8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동부증권은 전체 발행물량 중 46.8%를, 한화투자증권은 9.3%를 개인에게 팔았다. 또한 동부증권과 SK증권은 계열사 발행 CP를 30% 이상 팔았다.
문제는 최 원장의 발언이 단순히 계열 증권사를 통해 계열사의 회사채 등을 판 곳이 아니라 네 곳이 일종의 '블랙리스트'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 증권사 중 계열사의 투기등급 회사채나 CP를 파는 곳은 없다"면서도 "대기업 계열 증권사에서 계열 회사채 등을 파는 곳은 네 곳 이상인데 굳이 네 곳을 집어 말한 점이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회사채신속인수제를 신청한 대기업들이 집중적으로 블랙리스트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과도한 불안감이 생기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다시 한번 진화에 나서는 한편 회사채와 CP 전반의 경색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