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7월 21일] 신고 권하는 사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개시된 가운데 오는 10월부터 쇠고기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은 업소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일명 ‘쇠파라치’ 제도가 등장한다. 포상금은 원산지 허위표시가 최고 200만원, 미표시는 5만원이며 벌써부터 인터넷에 ‘쇠파라치’에 대한 글들이 넘쳐나고 이들을 양성하는 학원까지 생겼다고 한다. 또 이르면 다음해부터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도 부활할 전망이다. 이쯤 되면 ‘파파라치 공화국’이라 부를 만하다. 그동안 도입된 각종 신고포상금제도로 생긴 신조어만 해도 ‘봉파라치(1회용 봉투 무상제공)’, ‘쓰파라치(쓰레기 무단투기)’, ‘세파라치(탈세 및 현금영수증 미발급)’, ‘담파라치(담배꽁초 투기)’, ‘성파라치(성매매 범죄)’ 등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신고포상금제도의 실효성에 항상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 문제다. ‘쇠파라치’나 ‘카파라치’ 제도 역시 도입되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쇠파라치’의 경우 서민들이 자주 가는 100㎡ 미만 소규모 음식점은 포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전문가도 쉽게 구별하지 못하는 쇠고기 원산지를 일반인의 눈으로 가려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제도 자체가 사실상 미표시보다는 허위표시에 국한돼 적발시 최대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3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 허위표시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고 단속을 최대한 피해가겠다는 ‘꼼수’를 쓸 우려도 높다. ‘카파라치’ 역시 함정 단속 및 전문 신고꾼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이유로 지난 2002년 폐지됐던 제도인데 이번에 신고 주체를 일반인에서 시민단체로 바꿨다고 해서 부작용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국민 간 불신을 조장하고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혈세를 전문 신고꾼들에게 퍼주는 신고포상금제도를 굳이 시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민 모두를 감시대상이자 감시자로 만들기 이전에 각종 법규 위반에 대한 계도 및 단속 시스템을 확충하고 위법이 발생하지 않는 환경을 미리 만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런 노력은 게을리한 채 각종 ‘파라치’에 의지해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려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이자 정부의 직무유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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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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