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미국측 움직임
이해관계 엇갈려 '국론 분열' 양상민주당 의원중심 "쇠고기·車 협상결과 수용못해"재계 "시장 개방으로 소비자·농민등 이득" 환영자동차 업계는 "비준 저지 의회 로비 벌이겠다"
권구찬기자 chans@sed.co.kr
뉴욕=서정명특파원 vicsjm@sed.co.kr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대해 2일(현지시간) 미국의 반응은 '국론 분열'이라고 할 만큼 크게 엇갈렸다.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협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비준 통과를 저지하겠다며 격앙된 반면 미 상공회의소 등 재계는 시장 개방으로 제조업체는 물론 소비자, 농민도 엄청난 이득이 생긴다며 환영 논평을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산 자동차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 자동차업계는 협상결과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으며, 농축산 단체도 쇠고기의 전면적인 개방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총력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미 FTA에 대한 이 같은 여론 분열은 미 의회의 비준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일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의회, 쇠고기와 자동차 불만 표출= 이번 협상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쇠고기 및 자동차 협상결과에 대해 관련 의원과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 의원들이 FTA 비준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맥스 보커스 상원 재무위원장(민주ㆍ몬태나)은 성명을 내고 "이번 협상은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면서 "한국이 완전하게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풀지 않으면 FTA 합의가 비준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동차업계의 로비 창구인 데비 스태브노 상원의원(민주ㆍ미시건)도 성명에서 "이번 협상은 미국 노동자와 업계에 '나쁜 합의(bad deal)'"라며 "졸속 협상으로 무역 적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줄이며, 자동차 등 제조업계를 해치는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협상팀을 강하게 비난했다. 공화당 상원 재무위의 척 그래슬리의원(아이오와)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해제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것은 문제"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정계의 이 같은 격앙된 반응은 공화ㆍ민주당 당론이 아니라 개별 의원 차원의 논평이어서 이들의 동향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카를로스 구티에레즈 미 상무장관은 최근 10여년간 미국이 체결한 FTA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FTA라고 지적한 뒤 "역사적인 합의가 가까운 장래에 발효되도록 미 의회가 협조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환영, 자동차ㆍ축산 업계는 저지= 미국 내 300만개 기업을 회원사로 둔 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노휴 회장은 "이번 합의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인 한국 시장을 미국에 개방하기 위해 좋은 합의를 이끌어냈다"면서 "미 제조업계와 농민, 서비스업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미제조업자협회(NAM)도 "수십 년 이래 체결된 FTA 가운데 가장 의미 있는 한미 FTA로 인해 미국의 많은 제조업자들이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환영 논평을 냈으며, 국제기업협의회(USCIB)는 "한국과의 합의로 미국 업계와 노동자, 소비자, 농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가져 다 줄 가능성이 있다"며 적극 환영했다.
그러나 미 자동차 '빅3'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 자동차무역정책위원회(ATPC)는 "이번 합의는 우리의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논평했으며, 포드와 크라이슬러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포드의 스티브 바에건 부회장은 "자동차 분야의 무역 자유화를 위해 한국시장이 충분히 개방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크라이슬러측은 "FTA를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의회에 로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축산업계의 반응도 자동차업계와 비슷하다. 미국 식육협회(AMI) 패트릭 보일 회장은 성명에서 "한국의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이 선행되지 않는 한 FTA에 반대한다"며 "개방될 때까지 FTA 협정안을 의회에 회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입력시간 : 2007/04/03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