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쇠고기 논란' 새국면으로

美정부, 한국 '광우병 발생땐 수입중단' 방침 공식 지지<br>당정, 고시등 절차 예정대로 진행 방침<br>악화된 여론 잠재우기 보탬 될지는 불투명<br>전문가 "금수조치땐 통상마찰 여지 여전"

미국이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20조를 원용해 광우병이 발생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방침을 인정한다고 밝힘에 따라 ‘쇠고기 논란’이 새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한다는 우리 입장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게 된 만큼 고시 등의 절차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미국 측의 검역주권 지지 성명이 이미 악화될 대로 악화된 국내 여론을 잠재우는 데 얼마나 보탬이 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야권에서는 재협상을 통해 미국 측의 약속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이날 미국 측의 성명은 한국의 검역주권을 원론적인 차원에서 인정하고 있을 뿐 실제 우리 정부가 광우병을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면 통상 마찰 등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미 정부, 여론 진화 공조=12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수용한 한승수 국무총리의 성명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 국민 건강이 위험에 처한다고 판단되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수입되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전수조사 및 조사단 파견에도 나서게 된다. 또 미국과 다른 나라의 쇠고기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시 미국과 체결한 협정 개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슈워브 대표는 또 GATT와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고 있다며 GATT 20조 규정에 따라 우리나라가 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한미 쇠고기 협상이 광우병 발생국인 미국에 사실상 검역주권을 내줬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우리 정부가 부랴부랴 내놓은 추후 조치를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는 모두 지난달 18일 타결된 협상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은 내용들로 미국 측의 수용 여부가 실효성을 좌우하는 최대 관건으로 지목돼왔다. 합의문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국제수역사무국(OIE)이 미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 지위를 유지하는 동안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당초 합의 내용에 없는 우리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대해 미국이 수용 입장을 천명한 것은 철저하게 주판을 튕겨본 결과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협상이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을 떠나 한국의 ‘검역주권 상실’과 거센 ‘반미 여론’으로 비화되자 합의문에 집착해서 불필요한 반감을 키울 경우 쇠고기를 포함한 한미 교역에서 더 큰 것을 잃게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실효성 불투명…정부는 일정 강행=이 같은 미국의 공식 입장 발표로 그동안 쇠고기 협상에 관한 전방위 압박을 받아온 정부와 여당은 일단 숨통이 틔었다. 검역주권 상실 논란에 대한 반박거리가 생겼을 뿐 아니라 미국 내 광우병 발생시 최소한의 안전성은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야권 등의 재협상 요구에 맞서 15일 고시 및 수입 일정을 강행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할 시 수입중단이라는 정부의 조치와 그에 대한 미국의 ‘인정’은 아직까지 구두상으로 이뤄졌을 뿐이다. 정권교체를 불과 몇 달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이날 성명이 언제까지 보장될 것인지 뒷받침해줄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통상 전문가들도 이날 미국 성명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GATT 조항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고 미국이 이를 인정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국제법에서 우선 서면으로 합의한 내용을 서면 외의 방식으로 뒤집을 수 없고 GATT 조항을 원용한다는 정부의 발표는 공식 합의문을 공개할 때 GATT 조항이 필요 없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금반언의 법리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금반언의 법리는 국가의 책임 있는 기관이 특정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나중에 그와 모순ㆍ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할 수 없다거나 그러한 모순ㆍ저촉되는 발언이나 행위가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으로 국제법에 도입돼 오래 전부터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타당한 것으로 인정돼왔다. 실제 이날 슈워브 대표의 발언은 ‘GATT 20조’에 따라 ‘한국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이 규정이 보호한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이 그칠 뿐 한국의 그 같은 조치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광우병 발생 사실이 GATT 20조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있어서도 추후 양국 간 협의가 이뤄져야 할 부분으로 남아 있다. 정부의 발표와 미국의 성명에도 불구하고 수입중단조치에 따른 통상 마찰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개방을 둘러싼 거센 논란은 14일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서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야당 등은 여전히 ‘졸속 협상’에 대한 비판의 고삐를 당기며 재협상 및 수입개정조건 고시 연기를 거세게 요구하는 한편 정부는 “과학적ㆍ객관적 근거 없이는 고시를 늦출 이유가 없다”며 15일 고시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대표 성명 주요내용 지난 5월8일 한승수 국무총리가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TV로 방영된 대국민담화를 발표, 한국 정부가 국민 건강 보호를 정책에서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한 총리의 성명을 수용하고 지지하며 다른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미국)도 공중 보건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며 모든 정부가 건강과 안전상 위험으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갖고 있음을 믿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매일 미국과 전세계 소비자들이 즐겨 먹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며 안전을 유지할 것임을 보증하기 위한 조치들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취할 것이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위생검역협정(SPS)은 개별 국가의 주권을 보호하고 있으므로 모든 정부는 식품 안전을 포함해 자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이상의 규정이 신중하게 적용되고 어떠한 식품 안전 조치도 과학에 근거를 둘 것이라는 전제 아래 WTO의 모든 회원국은 또 이상의 규정에 의해 보호를 받는다. 미국은 GATT 20조 규정에서 요구하는 기준이 충족될 경우 한국이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권리를 갖고 있음을 이 규정이 보호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GATT와 WTO SPS 보호규정뿐 아니라 최근 우리(미국)가 한국과 체결한 협정은 미국산 수입 쇠고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몇 단계의 절차와 안전조치를 만들어 한국 소비자들의 어떠한 우려도 해소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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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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