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험대 오른 금융감독시스템

금융감독원이 14일 금융감독의 혁신을 위한 내부수술을 단행함으로써 금융감독 방식에 일대 변혁이 예상된다. 특히 검사국내 팀 조직이 상시감시와 현장감사를 함께 주관하는 기관별 전담조직(RM) 시스템을 새로 도입하는 등 문제가 터진 뒤에야 수습에 나서는 기존의 뒷북치기식 감독현실을 타파하려는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의 검사역량이 달라진 시스템에 적응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감독당국의 오랜 숙제인 감독정책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시스템적 보완노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번 조직개편안은 금융회사의 대형화와 겸업화, 금융기법의 고도화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감독도 `변화와 혁신'을 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나 감독당국 입장에서는 스스로 `시험대'에 오르는 부담을 안은 것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 금융감독 어떻게 바뀌나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검사국 조직을 RM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이는 분야별 담당인력이 함께 나가 검사를 수행해온 기존의 기능별 임점검사 시스템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감독을 통해 부실 소지를 방지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일종의 `금융회사별 주치의제도'라 할 수 있다. 은행을 예로 들자면 대형은행의 경우 7∼8명의 전담 검사인력을 배정해 수시로 경영내용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다 취약부문이 발견될 경우 `맞춤형 임점검사'를 통해 문제를 시정함으로써 부실로 연결될 소지를 차단한다는 설명이다. 리스크관리, IT 등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이번에 신설되는 검사지원국 전문인력의 도움을 받게 된다.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 필요한 인력으로'라는 모토를 내건 새 시스템은 종합검사의 필요성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회사의 수검부담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금감원은 당장 올해 종합검사 실시횟수를 20% 가량 줄인 방침이며 연차적으로 이를 계속 축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거시경제와 금융감독의 접목을 시도하고 나선 것도 신선한 발상이다. 기존 조사연구국과 감독총괄국내 감독정보실을 통합해 거시감독국을 신설한 것은 거시경제 변수를 자체적으로 분석, 감독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것으로 선제적 대응을 통해 금융회사의 건전성 강화 및 시장 안정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박사급 인력을 거시감독국장으로 영입하는 등 전문성을 강화해 `거시 금융감독'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감독과 검사 기능의 유기적 연계를 위해 감독총괄국과 검사총괄국을 합쳐 총괄조정국을 신설한 것도 두 기능의 시너지효과를 창출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 내부쇄신도 병행 이번 조직개편에 따라 금감원은 현행 27국 3실에서 26국 2실로 축소된다. 또 241개 팀이 216개 팀으로 25개 팀이나 줄어든다. RM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검사국 인력을 대폭 증원한 결과다. 금감원은 그러나 총 정원은 현재의 1천545명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신규감독수요가 계속 생겨나고 감독시스템의 변화에 따라 인력증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나조직 경량화 차원에서 일단 정원동결을 선언한 것이다. 또 거시감독국장을 비롯해 부서장과 팀장, 리스크관리 전문가 등 10여명을 당장공모를 통해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전문성 강화를 위한 아웃소싱을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내부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올해 경영지도팀장, 자산운용감독팀장 등5∼6개 자리를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하는 등 주요 직위를 위주로 직위공모를 확대해나가기로 했다. 3급 팀장 이상에 적용되는 연봉제를 강화, 업무성과에 따른 차등급여 지급을 확대하고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 대해서는 급여를 20∼30% 삭각하는 등 `채찍질'의 강도도 한층 높일 방침이다. ◇ 문제점은 없나 이번 개편안은 기본적으로 감독당국이 금융회사를 위한 서비스기관으로 거듭 태어나려는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RM시스템을 비롯해 몇가지 실험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 지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금융기법이 날로 고도화되는 현실에서 소수의 검사인력이 금융회사의 이상징후를 제 때 감지하고 처방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금감원은 검사국에 우수인력을 집중 배치한다는 방침이나 검사인력의 전문성 제고는 지속적으로 염두에 둬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일각에서는 지난해 발생한 카드사태를 지목하면서 이번 개편안에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윤석헌 한림대 교수는 "금감원이 금융회사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기관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러나 탐?경제정책으로부터 감독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어 유감"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금융감독은 거시정책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토대로 리스크 감독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개편안에 따라 임금시스템이 까다로워지고 팀장 자리가 대폭 줄어드는 등 근무여건 악화에 따른 내부반발도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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