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용두사미 된 금융감독체제 개편


금융감독체제 개편안의 결론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떼어내 권한을 강화했다. 금융위원회는 두 기관을 아래에 두고 마찰을 일으킬 때 중재에 나설 것이다. 행정력의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넓게 보면 박근혜정부 조직개편의 마침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은 본질을 피해갔다. 금융감독 체계의 취약점에 대한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체제 개편은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빌미를 제공했다. 2010년 금감원이 문제를 발견했을 때 고치지 못한 것이다. 배경에는 행정부인 금융위, 그 뒤에는 여권의 압박이 있었다는 논란이 나왔다. 논란은 금융위가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을 함께 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금융정책은 기획재정부로 넘겨 국제 금융정책과 통합해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기자는 올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의식이 있던 것을 여러 번 확인했다. 그러나 당시 인수위는 금융 관련 조직개편은 하지 않았다. 나중에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말뿐이었다. 금융위가 23일 발표한 감독체제 개편안에 정책과 감독의 분리는 없었다. 요구는 있었지만 이미 정부조직 개편이 끝났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만 드러내놓고 서로 미루다 흐지부지 끝나버린 셈이다.


대신 금융위는 금소원의 신설을 내놓았다. 금감원이 금융회사의 건전성만 강조하다 소비자 보호를 놓쳤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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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철저하게 정치적 계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면 금소원을 금감원 내부에 두되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 검사를 해봐야 소비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후순위채 같은 복잡한 상품의 구조가 어떤지는 현장에서 매일 검사하는 금감원이 금융회사 다음으로 잘 안다.

결국 고민만 하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개편안이 급조된 것이나 다름없다. 금감원과 금소원의 업무 중복과 사각지대는 소비자 보호와 무관한 사회적 비용일 수 있다.

금융감독체제는 정답이 없다. 다른 나라도 실패를 거듭하면서 답을 찾는다. 그래도 해법을 향해 가야 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외면한다면 정답에서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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