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정부의 상법개정안 손질에 대해 "경제민주화와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은 뒤 법무부의 수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대로 재검토해 정기국회 중 입법화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수정안은 사외이사가 과반수인 이사회가 대표 집행임원과 집행임원을 선임하고 해임할 수도 있어 재계가 강하게 반발한 집행임원제를 손질하고 이사 후보별로 1주당 1표씩 던지는 게 아니라 1주당 뽑을 이사 수만큼의 투표권을 줘 소액주주가 미는 후보가 이사가 될 수 있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도 유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상법개정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오는 9월에는 국회 대정부질문과 20일간의 국정감사가 있어 10월 초ㆍ중순에나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와 전체회의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야당이 정부안의 수정에 대해 '경제민주화 포기'라고 몰아붙이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여야 간 치열한 설전을 거쳐 12월 말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처리시점에서나 진통 끝에 통과될 것으로 점쳐진다.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이 문제는 경제민주화와 관련이 없는데 야당이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투명성 강화를 명분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훨씬 앞서나간 급진적인 내용을 도입하는 데 대한 비판이 많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집행임원제, 감사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 3%로 제한, 집중투표제 등을 문제점으로 들었다. 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도 "대통령이 경제살리기를 강조하는 이 상황에서 급진적인 내용을 도입할 필요가 있느냐. 재검토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야당과의 협상 파트너인 원내대표 측에서도 "기업 경영권 방어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고 거들었다. 물론 당내에서도 이혜훈 최고위원 등은 수정안 원안에 대한 지지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대세는 수정안 개정으로 모아지고 있다.
이 최고위원은 "총수의 전횡을 견제하지 못하는 기형적 구조를 고쳐 대기업을 성장동력으로 키우자는 게 개정 원안의 취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경제민주화의 핵심 법안이 후퇴하게 됐다"며 강력 반발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큰 진통이 예상된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는 낙수효과가 없으며 이미 재벌들은 405조원이나 유보해놓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며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을 위해 상법개정안의 원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정책위에서는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개정은 원안대로 해야 한다"며 "다만 제도별로 시행시기를 달리해 준비기간을 둘 필요는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0ㆍ30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법개정안의 수정은 경제민주화 논쟁으로 점화될 것"이라며 "청와대의 경제살리기 방향과 경제민주화 여론 사이에서 여당이 어떤 정무적 판단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