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 <상> 관광 선진국 초석 다지자

VIP 마케팅·현지 네트워크 강화 '관광 큰 손' 중국인 잡는다<br>올 중화권 수요 300만명 예상<br>한국여행카드 100만장 발급 등 정부, 관광객 유치 발벗고 나서<br>업계, 저가 패키지 상품 벗어나 레저-전통문화 체험 등 연계<br>고부가 맞춤상품 개발 병행을

"한국은 쇼핑 품목이 다양하고 가격이 싸며 음식도 맛있어서 참 좋아요. 8년 전에 처음 한국에 여행을 왔는데 사람들이 그때보다 친절하고 교통이나 시설도 편리해 또 오고 싶어요." 지난 10일 명동에서 만난 요코 데라사와(38ㆍ여)씨는 8년 만에 찾은 한국에서 5일 동안 마사지와 쇼핑ㆍ음식 등을 여유롭게 즐기면서 20만엔 정도를 쓸 계획이다. 한국 여행이 처음이 아닌데다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요코씨 같은 외국인들이 늘면서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현실로 성큼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2010~2012 한국 방문의 해'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한중일 관광 삼국지에서 한국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의구심을 가진 시선이 적지 않았다. '요코소 재팬(YOKOSO JAPAN)'을 기치로 관광 산업 인프라 확충에 총력을 기울인 일본, 상하이 엑스포,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최를 계기로 2010년을 관광 대국 원년으로 선언한 중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쉽지 않은 싸움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목표인 외래 관광객 830만명을 50만명이나 초과 유치하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외래 관광객 1,000만명 달성은 한국이 관광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시험대인 셈이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은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 등 뜻하지 않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을 보면 한국 관광 산업의 체질이 그만큼 튼튼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올해 목표 1,000만명 유치를 달성하면 한국은 명실상부한 관광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관광 시장 '큰손' 중국을 잡아라=관광이 제대로 된 산업으로 인정받으려면 관광객이 1,000만명은 들어와야 한다. 그래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꿈의 숫자인 외래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하면 2007년 31위이던 관광 경쟁력이 20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0조원, 고용 유발 효과도 39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목표 1,000만 명 가운데 일본에서는 344만명, 중국에서는 243만명, 대만과 홍콩 등에서는 58만명을 유치할 계획이다. 꿈의 숫자를 달성할 수 있는 열쇠는 중국을 포함한 중화권 300만명이 갖고 있다. 세계 관광 시장에서 중국인 관광객은 연 평균 20%씩 늘고 있으며 해외에서의 씀씀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09년 중국 해외 여행 소비 총액은 437억달러(1인당 평균 900달러)로 세계 4대 여행 소비국이며 매년 40%씩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의 성장 잠재력에 전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관광 시장에서도 중국인이 일본인 관광객보다 증가율이 가파르고 수익성도 높은 '큰손'이다. 지난해 11월 말 현재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176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5%나 늘었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의 영향으로 관광객 수가 급감한 2003년을 제외하면 거의 매년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복수 비자 발급 절차와 요건을 완화했으며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여행사에 숙박비를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중국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아래 현재 베이징ㆍ상하이ㆍ광저우ㆍ선양ㆍ칭다오 등 다섯 곳인 관광공사의 중국 지사를 우한ㆍ청두ㆍ시안 등 세 곳 더 늘려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인들의 한국 내 관광 및 쇼핑 편의를 돕기 위해 관광공사는 중국 은련과 공동으로 한국여행카드를 발행해 연내 100만장을 발행할 예정이다.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도 강화, VIP 대상 명품 투어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은련 최상위 고객 대상 타깃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뿐 아니라 인접국인 일본ㆍ대만은 물론 미국 등 전세계 관광업계가 주목하는 타깃이다.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의 발길을 한국으로 향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진종화 한국관광공사 중국팀 과장은 "상하이ㆍ베이징ㆍ톈진ㆍ광저우 등 고소득 도시들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라며 "개별 여행객 유치를 통해 재방문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유재 모두투어인터내셔널 사장은 "저가 패키지 일변도에서 벗어나 맞춤형 상품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된 관광 코리아의 매력을 팔아라=지난주 말 서울 혜화동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이네 집'에서 신혼 여행 중인 일본인 마사토시 오타오(31ㆍ남)씨 부부를 만났다. 이미 여러 차례 한국 관광을 왔다는 이 부부는 "온돌 체험을 하고 싶어 한옥에 묵었다"며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시골인 춘천도 다녀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 온 수핏차 카이수(24ㆍ여)씨는 스키를 타러 한국에 왔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스키 여행을 왔다는 카이수씨는 "요즘 태국에서는 한류 열풍이 거센데다 일본보다 스키 여행이 저렴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한국 스키 여행이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목적은 쇼핑이 1위지만 최근 들어 다변화하고 있다. 틀에 박힌 문화재나 자연 관광에서 벗어나 전통 문화나 새로운 트렌드 등 한국의 속살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정부는 한류ㆍ공연예술ㆍ스포츠와 연계한 창조형 관광 콘텐츠를 확충하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에서도 미래 수요를 반영한 관광 상품으로 승마ㆍ요트ㆍ골프 등 체험ㆍ레저형 관광 상품과 휴양형ㆍ실버형ㆍ치유형 관광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정보기술(IT),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산업 시설을 관광 상품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데 산업 관광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최첨단 산업전시관 조성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각 지방의 자연 유산과 전통 문화 자원을 잘 포장해 명품 관광 자원화하는 방안도 진행되고 있다. 서양인들의 관심이 높은 템플 스테이나 다도 등 정신 문화 체험 관광 상품을 다양화하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해파랑길(688㎞), 삼남대로(410㎞) 등 한국형 '산티아고 가는 길(도보여행길)'을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강신겸 전남대학교 대학원 관광학과 교수는 "외래 관광객 1,000만명 시대는 단순히 양적 확대뿐 아니라 관광 체질 개선을 통한 질적 성장을 모색해야 할 단계"라며 "평범한 지방도시였던 일본의 가나자와가 창조형 미술도시로 거듭난 것처럼 지방 곳곳에 잠재된 관광 매력을 찾아내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홍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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