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블루오션 찾아 나서는 식품기업들] <3·끝> 바이오·소재산업으로 도약 꿈꾼다

"핵산 등 기술력만 있으면 대박"… 글로벌시장 호시탐탐<br>"조미식품·가축사료 분야등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자"<br>연구개발·공장신축 잇따라 해외 M&A·합작도 잰걸음


요즘 식품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화두는 '글로벌'이다. 이미 내수 사업의 대부분이 그저 그런 '미투(Me, too) 제품'으로 가격 후려치기나 끼워팔기 식 출혈경쟁이 만연된 레드오션으로 변질된 지 오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우리 식품 산업에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내수기업이라는 인식을 뛰어넘는 것이 지상명제가 되고 있다. 식품업체들이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고심 끝에 빼든 비장의 카드가 바로 바이오ㆍ소재 사업이다. 식품 사업과 연계돼 있는 바이오ㆍ소재 사업은 적용 분야가 무궁무진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엇보다도 바이오ㆍ소재 사업은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직행 티켓으로 여겨질 정도로 해외 진출이 수월한 장점도 있다. 식품의 경우 해외로 나가려면 각국 문화에 따라 차별화된 마케팅을 별도로 진행해야 돼 부담이 크지만 바이오ㆍ소재 분야는 제조 기술력만 갖추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다. 식품 분야 선두업체인 CJ제일제당은 글로벌 바이오 사업에서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상ㆍ빙그레 등 다른 업체들도 연구개발(R&D)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물들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박성칠 대상 대표는 "3~4년 전만 해도 전분당 사업부에서 해외출장을 간다고 하면 '왜 쓸데없이 해외로 가느냐'고 되묻는 분위기였다"며 "그렇게 등 떠밀다시피 해서 해외시장을 노크했지만 올해는 해외 부문에서 이익이 날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바이오ㆍ소재가 글로벌화의 첨병=지난 5월 CJ제일제당에서 눈 여겨볼 인사가 있었다. 김철하 대표가 김홍창 전 대표를 대신해 CJ제일제당의 수장에 올랐다. 김 대표는 BIOㆍ사료 부문 총괄부사장으로 바이오 사업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으로 꼽혀온 인물. CJ제일제당에서 식품 부문이 아닌 여타 부문에서 대표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식품기업에서 바이오 부문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만큼 식품 기업에 있어 바이오 사업은 듬직한 캐시카우이자 미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간주된다. 대표적인 바이오 사업 분야인 핵산은 발효기술을 적용한 식품조미 소재이고 라이신은 가축사료에 쓰이는 아미노산이다. 핵산의 경우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다. 1997년 인도네시아에 공장을 설립하면서 핵산사업에 뛰어든 CJ제일제당은 2005년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면서 연간 최대 생산 가능량을 세계 1위 수준인 1만3,200톤으로 늘렸다. CJ제일제당은 전세계적으로 25억달러 규모를 갖고 있는 라이신 시장에서도 중국의 GBT, 일본의 아지노모토와 수위를 다툴 정도로 컸다. 대상의 경우 바이오 사업부에서 L글루탐산나트륨(MSG)∙핵산∙아스파탐 등의 식품 및 의약품 소재를, 전분당 사업부에서는 미국이나 남미에서 들여온 옥수수를 원료로 전분 및 전분당을 만들고 있다.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이라는 양날의 칼과 같은 효과를 소재사업에서 찾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특히 대상은 해외 현지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대상 관계자는 "2009년 인도네시아 옥수수전분 공장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틀어지기도 했다"며 "조만간 동남아 전분당 업체를 인수해 베트남 등 동남아시장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공격적 투자 나선다=빙그레는 2009년 자일리톨의 원료인 '자일로스'를 생산하기 위한 해외 합작 법인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신소재 사업에 합류했다. 빙그레는 매년 300억원 정도의 매출이 예상되는 이 사업을 통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추잉검, 사탕 등 제과류, 의약품, 구강위생제 등에 사용되는 자일리톨은 충치예방 기능을 갖고 있어 껌이나 사탕 등에서 건강식품이나 비식품 분야로 용도가 점차 다양해지는 추세"라며 "다양한 응용품목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도 투자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중국 선양에서 총 4억달러를 투자해 사료용 아미노산인 라이신과 스레오닌, 식품 조미소재인 핵산을 생산하는 그린바이오공장을 짓기로 했다. 선양공장은 연간 라이신 10만톤, 스레오닌 5만톤, 핵산 3,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며 오는 2012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중국 외 기존 인도네시아 좀방 공장에서도 핵산을 증산, 2013년까지 총 2만3,80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글로벌 시장점유율 42%가 가능해 경쟁사인 일본 아지노모도와의 점유율 격차를 10%포인트가량 벌릴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핵산ㆍ라이신 외에도 발효로 만드는 사료용 아미노산인 '트립토판'도 생산할 방침이다. 이밖에 CJ제일제당은 오랜 연구 끝에 사료용 아미노산인 메치오닌을 원당ㆍ포도당을 원료로 사용해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갖게 돼 향후 전망을 밝히고 있다. ◇성장성 무궁무진하다=CJ제일제당은 이미 지난해 해외 바이오 사업에서 1조683억원의 매출을 올려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전인 2007년 매출이 4,334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2.5배 가까이 커진 셈. 특히 영업이익은 2009년 1,118억원에서 37% 성장한 1,778억원에 달했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대규모 투자와 공격적인 영업 및 마케팅으로 1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신소재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는 대상도 올해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전분당에서 3,000억원, 바이오에서 1,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대상은 올해 전분당은 4,000억원, 바이오는 1,5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신소재 분야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되는 샘표도 발효기술을 활용해 신소재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발효기술을 활용한 천연 소재를 개발해 '세이버리치'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이 제품은 라면 수프, 햄, 김치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샘표는 신소재 사업의 본격화를 계기로 기업 간 거래(B2B) 규모를 키우고 있다. 샘표는 향후 5~10년 내 신소재 분야에서 매출 1,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다. 샘표 관계자는 "앞으로 합성 원료를 천연 맛 소재로 대체하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신소재 사업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해외에서도 반응이 좋아 앞으로 눈에 띄는 성과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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