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의 왜곡을 없애기 위해서는 결국 근본으로 돌아가 시장원리를 회복시켜야 합니다."
국가 에너지 정책의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신임 원장으로 취임한 손양훈(사진) 교수가 30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인터뷰에서 앞으로 에너지 정책에서 '시장원리'를 가장 중요시하겠다고 밝혔다.
손 원장은 또 원자력발전소의 비중과 관련해서는 "1차 국가 에너지기본계획보다는 목표 비중(2030년 발전량 기준 59%)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올 하반기 2차 국기본에서 원전 중심의 에너지 믹스를 재설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손 원장은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에너지 분야 자문을 맡았던 박근혜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 인사로 대표적인 시장주의자로도 꼽힌다.
손 원장은 "발전원의 주축인 원자력발전소나 전력을 연결하는 송전망 공급 능력에 한계가 왔고 국민들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갖고 있는 인프라나 역량에 비해 지금 너무 심각한 난국을 겪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이 같은 문제가 초래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에너지 분야에서 시장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제 값을 내고 에너지를 쓴다는 시장 원리보다는 정치적인 논리로 가격이 결정되고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등 에너지 시장의 왜곡이 너무 심하다"며 "근본으로 돌아가서 에너지 분야에서 시장의 원리를 회복하고 경쟁구조를 갖춰나가는 데 연구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말했다.
손 원장은 또 지난 2008년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1차 국기본의 에너지 믹스도 현실성을 고려해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는 녹색성장을 주요 어젠다로 삼고 원자력 르네상스와 함께 낙관적인 신재생에너지 전망을 내놓았지만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에 대한 생각은 많이 바뀌었고 신재생에너지도 생각만큼 늘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자력 발전을 당초 목표 비중보다는 줄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고 신재생의 정책적 목표도 현실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며 "최근 천연가스 수급 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할 방법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가스발전의 비중이 상당 부분 늘어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는 다만 "에너지 믹스라는 것은 현재의 설비 체계에서 얼마만큼 증설할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 작업인 만큼 어느 날 갑자기 확 바꾸기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손 원장은 이와 더불어 현 시점에서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재의 가격 체계를 가지고 미래 수요 전망을 해보면 발전소도 엄청나게 지어야 하고 온실가스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에너지 수요를 줄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국 가격이 현실화돼 일부 에너지원에 집중된 산업 시스템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 시장경쟁 체제 도입 등을 적극 주장해온 손 원장이 에너지경제연구원장으로 취임함에 따라 앞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