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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는 늦가을 햇볕이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추위가 몰려온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에 겁을 먹고 뒤집어쓰고 온 외투가 둔하게 느껴졌다. 날씨 따위는 무심한 듯 가을걷이를 끝낸 나주의 논밭들은 온통 황금색 옷을 갈아입고 드러누웠다.
기자를 실은 차는 느른하게 늘어진 들판을 가로질러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로 향했다.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자 산책로 양편에 늘어선 메타세쿼이아들이 의장대처럼 두 줄로 서서 기자 일행을 맞았다. 산림자원연구소는 2만2,987㏊의 면적에 임산물 생산을 통한 소득 증대와 생태계 보전 등을 목적으로 임업시험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식재된 나무는 총 4,343종에 7만8,758주. 메타세쿼이아길 양편으로는 종별로 분류된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산림연구소 메타세쿼이아길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은 후 큰길로 나와 왼편으로 10분 정도 차를 달리면 도래마을에 당도한다. 다도면 풍산리 도래마을은 문화재로 지정된 전통한옥 3채와 정자 3채가 있는 전통문화마을이다. 도래마을 옛집은 재단법인 내셔널트러스트가 1936년에 지어진 고택을 매입, 안채와 문간채를 복원하고 별당채를 현대식 한옥으로 새로 지어 한옥체험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한옥으로는 중요민속문화재 151호인 홍기응 가옥을 비롯해 홍기헌 가옥, 홍기창 가옥이 있고 정자로는 영호정ㆍ양벽정ㆍ계은정이 있다. 집 이름에 홍씨 이름이 붙은 것은 이곳이 예로부터 홍씨들의 집성촌이었기 때문이다.
고택을 둘러본 여세를 몰아 조선시대 나주목사 거처였던 내아(內衙)로 발길을 돌렸다. 내아는 조선시대 때 목사가 정무(政務)를 보던 동헌(東軒) 근처 살림집으로 상류층 주택의 안채와 같은 평면을 이루고 있다. 성내에 남아 있던 많은 관아 건축 중에서 객사인 금성관과 아문인 정수루 등과 함께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건물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내아는 일제 강점기 이후 군수 관사로 사용하면서 개수해 원형이 상실됐으나 최근 완전 해체 복원하면서 제 모습을 되찾았다.
나주목사 내아 역시 단순히 보고 가는 정적인 문화재에서 관광객이 직접 숙박체험을 통해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재개장했다. (061)330-8831
일명 영산포 선창거리라 불리는 근대거리도 둘러볼 만하다.
영산강 하구에 위치한 영산포는 근대도시의 형태가 형성된 곳으로 요즘은 대도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달동네를 연상시킨다. 영산강변에 자리한 등대와 선창거리의 모습은 일제 강점기에 번창했던 포구의 영화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선창거리는 영화 '장군의 아들' 촬영지로도 유명하고 문순태의 소설 '타오르는 강'의 주 무대로 설정됐던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내륙하천에 서 있는 영산포 등대 역시 영산강과 어우러져 한폭의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낸다. 이곳에 등대가 세워진 것은 하구 둑이 건설되기 전만 해도 조수간만에 따라 바닷물이 이곳까지 밀려들며 큰 배들의 출입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을 단풍의 끝물을 구경하고 싶다면 불회사에 들러야 한다.
나주시에서 27㎞ 떨어진 덕룡산 중턱에 위치한 불회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절 가운데 하나로 백제 침류왕 때 인도승 마라난타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불회사는 특히 사계절 어느 때나 아름다운 산수를 자랑하는 곳으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주변의 전나무ㆍ삼나무ㆍ비자나무 숲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늦은 가을에 물드는 단풍이 압권이다.
종이로 만든 부처가 모셔진 대웅전과 절 입구에 세워져 부처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석장승은 익살스럽기도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처럼 친근감마저 넘친다. 불회사 뒤편으로는 오래된 동백나무 숲이 우거져 한겨울에도 아름다운 정취를 느낄 수 있다.
● 나주의 3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