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권이 세비 삭감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민과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함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대지진 복구 비용과 사회복지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5%인 소비세를 10%로 올리기에 앞서 정치권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는 솔선수범을 보이겠다는 것이 세비 삭감의 취지다.
우리나라 국회도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세비를 삭감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일본의 이번 사례가 눈에 크게 들어오는 것은 우리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난 10여년간 국회의원 1인에 대한 보좌 및 지원조직이 크게 늘어나고 국민 1인당 국회의원 수는 일본보다 훨씬 많은데도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갈수록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7명의 보좌진을 두고 200여가지의 크고 작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이해가 걸린 기득권을 지키는 데 18대 국회 막판까지 혈안이다. 위헌 논란까지 일으키며 국회의원 정족수를 300명으로 증원하며 막장까지 갔다. 수십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무상복지 법안을 그들의 표밭 관리를 위해 남발하면서 나라살림 따위는 안중에도 없음이 확인됐다. 4년 내내 예산안을 파행 처리한 18대 국회는 사실상 마지막 회기까지도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가정상비약의 슈퍼 판매법안 처리를 방치하고 있다. 국회에 낮잠을 자는 민생ㆍ경제활성 법안이 200여개에 이른다.
제대로 일하는 국회라면 연 1억1,000만원의 세비가 아까울 게 없다.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한 사이비 국회의원이 많으니 국회의 모든 비용이 아까운 것이다. 19대 국회 역시 4ㆍ11 총선 공천 인물들을 보면 결코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인다. 시민단체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회의원 수 줄이기에 국민이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