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탈출 해법은 역시 '내수시장'의 육성이었다. '소규모 개방 경제(스몰 오픈 이코노미)'인 한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서 탈피해 내수시장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침체, 그 원인과 해결책은'이란 주제의 토론에 참석한 데이비드 페르난데스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노동이나 재정 면에서 어려움을 겪어 잠재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지면서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곧 정책방향을 수출에서 내수로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도 "한국 경제가 수출 주도이기 때문에 침체를 못 벗어나고 회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과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출 등으로 조기회복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는데 나는 조기회복 쪽을 선택하고 싶다"면서도 "궁극적으로 한국 경제가 살려면 의료ㆍ관광ㆍ금융ㆍ법률ㆍ교육 등 성장잠재력이 큰 서비스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융 부문 부실로 발생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각국으로 퍼지면서 실물경제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면서 "자유방임형 자유주의가 만연되면서 일반인들도 상류층 생활을 흉내냄에 따라 주택 가격이 과열됐고 이 과정에서 리스크를 망각했다"고 말했다.
댄 애리얼리 미 듀크대 행동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경제위기는 스톡옵션 등 파생상품이 매우 복잡해 사기를 쳐도 괜찮다는 생각이 커지면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은 순채무국인데다 단기외채 비중도 높아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 휩쓸렸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 등 지역협력 기반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지훈기자 jhli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