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9월 17일] 바른 시작서 좋은 열매 맺길

올해 과학계 연구개발(R&D) 기술의 핵심어는 '기초·원천기술'과 '융합기술'이다. 지난 10년간 정부연구투자현황을 살펴보면 70% 이상이 개발·응용에 집중됐으며 기초·원천 분야의 투자는 매우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세계 최고 기술을 모방하고 또한 선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정부 및 과학자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국가과학기술 R&D는 더 이상 모방이나 추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확고한 기초·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창조적 아이디어에 의해 우수한 과학 인력들이 많은 분야에서 세계 과학기술계를 선도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 됐다. 기초·원천연구 추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선진국의 연구투자 현황에서도 알 수 있다. 하나의 예로 에너지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인 미국도 미국에너지부(DOE)가 지난 2009년부터 3년 동안 발전저장에너지 분야에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올 117개의 기초ㆍ원천연구 프로젝트에 3억4,900만달러를 지원하는 ARPA-E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기초ㆍ원천기술의 확보와 이를 기반으로 하는 융합기술이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격 제고를 선도하는 과학기술의 핵심이 될 것임은 이제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또한 이러한 기초·원천기술은 장기간의 대형 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원천기술 확보로 경쟁력 제고 국내의 대형 국책 연구사업으로는 1990년과 2000년에 각각 시작된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과 21세기프론티어사업을 들 수 있다. 이들 대형 사업들은 국가의 과학기술을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장기적이며 목적지향적인 사업 추진이었다. 비록 사업 선정, 사업 수행 및 결과 성과에 대한 다소의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이들 대형 사업들의 수행에 따라 1992년 우리별 1호의 발사성공, 1994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개발성공, 1995년 개발된 한국형 원전을 기반으로 2010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 발전소 건설 수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출된 우수한 성과들이 현재의 국가과학기술경쟁력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10년 우리 정부는 과학기술의 세계 선도국이 되기 위한 새로운 장기 국책사업을 야심 차게 시작했다. 세계 원천기술 및 연구그룹 확보를 통해 국가 과학기술력을 제고하고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으로 앞으로 9년 동안 15개 사업단이 지원될 예정이다.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을 특별히 주목하게 되는 이유는 1년6개월 동안 글로벌 프론티어 자문위원회, 글로벌 프론티어 전문위원회, 글로벌 프론티어 추진위원회를 통해 사업추진을 위해 철두철미하게 기획하고 사업선정에도 온라인(Open Global Frontier Forum)을 통한 공개적인 의견수렴 등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자문위원회 및 추진위원회에는 정부부처 관계자, 대형국책과제 사업단장, 다양한 이공계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가과학자, 경영 및 경제학자, 미래학 관련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세계 최고의 미래성장을 이끌 수 있는 융합을 통한 기초·원천기술개발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프론티어사업 철학인 "4G, 즉 글로벌(Global R&D), 기초·원천(Ground-breaking), 융합(Group approach), 미래성장(Green/Growth)"을 도출, 철학에 맞는 사업들을 선정했다. 특히 사업선정 과정에서 지원 대상 기술 분야의 온라인 공개, 선정평사시의 지원자 간 집단면접, 공개집단토론 추진 및 국가과학자 중심의 심사단이 연구단 사업을 선정한 점 등 기획, 사업 착수, 선정평가에서 개방ㆍ참여ㆍ공유를 최대한으로 적용하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최고로 한 점은 매우 높게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사업 시행 첫해인 올해는 혁신형 의약바이오 컨버전스, 탄소순환형 바이오매스 생산·전환기술, 현실과 가상의 통합을 위한 인체감응 솔루션 등 3개 연구단이 최종 선정되고 출범하게 됐다. 융합 기술로 먹을거리 창출을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에서 이뤄진 튼튼한 기초·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고 우리의 큰 장점인 응용개발기술이 함께 어우러져 가까운 미래에 국가과학기술이 세계 선도기술이 되고 큰 미래 먹을거리 창출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국가과학기술 수준이 곧 국력을 대변하는 현시대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야심 차게 시작된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의 성과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주게 될지는 앞으로 글로벌 프론티어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에 달려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정성을 다해 "바르게 시작된 좋은 사업이 큰 결실"을 거둬 세계 최고 과학기술을 보유한 국민으로서, 그리고 국가 먹을거리 창출에 기여를 한 과학자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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